[ET칼럼]구인난과 구직난

 인력수급과 관련해 우리는 이난(二難)에 시달리고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다. 한쪽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난리다. 이게 우리의 답답한 현실이다. 왜 그런가. 인력수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실업자 수는 전달에 비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아직 100만명을 웃돌고 있다. 거리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 난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몸살이라니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최근에는 대기업조차 기대만큼 경영이 호전되지 않자 열어놓았던 취업문을 차츰 좁히고 있다. 이 바람에 올해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일할 곳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IT) 분야의 인력난이 가장 극심하다. 정부가 해마다 IT분야의 인력양성책을 내놓고 각종 시책을 추진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치 아래다. 지난 월요일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도 IT분야의 기술인력양성책이 논의됐다.

 이같은 IT인력난은 지식과 정보화의 급진전으로 IT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문인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만 겪는 일은 아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IT분야의 모자라는 인력은 지금 3만여명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 오는 2005년엔 14만명대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전문인력의 해외취업이나 사업이민도 느는 추세다.

 IT인력의 부족은 인력스카우트로 인한 국내 기업간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스카우트 인력에 대한 우대로 사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자체 기술개발 소흘 등의 문제점도 낳고 있다.

 정부는 2005년까지 IT분야 전문인력 20만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재계도 산업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5년까지 100만명의 인력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IT분야의 인력난 해소는 기업이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해결과제다. 이 문제를 최단 시일 안에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가 지향하는 지식과 정보사회의 기반 구축은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만능시대라고 해도 그 운영주체는 사람이다. IT분야의 인력난 해소는 지식기반국가로 도약하는 핵심관건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기존 교육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과 정보사회의 특징은 자율성과 창의력이다. 개인의 창의력을 잉태시키려면 교육의 자율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체계는 안타깝게도 비교적 규제가 많다. 교과 편성에서부터 행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규제의 대상이다. 경직된 교육체계 아래서는 창의력이나 자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교육시설과 실험기자재의 노후나 부족현상도 개선해야 한다. 시설이 노후하거나 부족하면 IT전문인력 양성에 보탬이 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규교육이나 사회교육이 시대 흐름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무보다는 이론 위주의 교육도 개선해야 할 일이다. 대학교에서 열심히 배운 지식이 학교문을 나설 때쯤이면 이미 낡은 지식이 되거나 실무능력이 형편없다는 지적을 받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상아탑을 나선 젊은이를 채용한 기업들이 현장투입에 앞서 재교육을 시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IT교육은 이제 각급 학교와 사회교육기관·사설학원 등에서 평생교육 차원에서 실시해야 하며 그 내용도 일방통행이 아닌 정부와 교육기관·기업체·연구계 등이 합의 아래 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회의 인력수요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기존 기술인력의 유출을 막는 일이다. 지난 60년대 우리가 한국과학기술연구소를 설치해 해외두뇌를 적극 유치했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인력개방 정책을 펴 고급인력에 대해서는 국적에 관계없이 자국의 과학기술단지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대만이나 인도 등 다른나라도 정보기술 인력 유치에 적극적이다. 최근 정부가 IT인력 200명에 대한 외국 선진대학의 유학을 지원하고 각급 학교에 첨단 실험장비 및 연구비 등을 지급한 것은 잘한 일이다. 외국에 나가 있는 우수한 인력의 국내 유치도 바람직하다.

 IT분야 전문인력은 단시일 안에 양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치밀한 계획 아래 단계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인력양성에도 수확의 법칙이 적용된다. IT분야 전문인력은 지속적으로 주도면밀하게 추진해야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조선조 선조 때 이율곡은 왜적의 침입을 염려해 ‘10만 양병론’을 주장했으니 당시 조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후 임진난을 겪고 난 후 유성룡은 이를 후회하며 “율곡이야 말로 진정한 성인”이라고 탄복했다고 한다. 시대상황은 다르지만 우리가 되새겨 봐야 할 과거사다. 그것은 IT인력양성이 바로 우리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이며 지식과 정보강국의 원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