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전자의료기기종합정보지원센터장 허영 yhuh@keri.re.kr
전자의료기기산업은 물리학·화학·전기전자·기계·컴퓨터·의학 등 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응용되는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이다. 특히 최근 정보기술(IT)의 발달에 힘입어 원격진료 및 원격시술을 통한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창출하는 등 21세기 바이오트로닉스 시대를 열어갈 최첨단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전자의료기기 시장은 의료보험제도와 의료복지 확충으로 99년 222억달러에서 지난해 236억달러로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오는 2005년에는 3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경우 의료 수요 증가와 소득 증대로 연평균 12% 이상 전망됨에 따라 국내 전자의료기기 산업의 수출 및 내수시장 확대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전자의료기기산업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요 의료기기의 대부분을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했느나 정부가 의료기기 국산화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업계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이에 힘입어 매년 크게 신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입의존도가 99년도에 65.5%로 무역적자가 3607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국내 무역역조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는 국내 전자의료기기업계의 산업구조가 매우 취약해 기술개발 투자나 복합산업기술 경쟁력이 미흡하고 해외 시장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 부재 등의 원인을 들 수 있다.
투자 규모의 영세성은 전자산업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5∼6위를 확보하고 있으나 전자산업 대비 전자의료기기산업의 생산액 비중은 미국의 3.8%(세계 평균은 2.5 %)에 비해 0.3% 정도로 극히 미약한 실정이다.
따라서 전자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한 효율적인 연구개발 전략 수립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루윈그룹 보고서(2000년)에 의하면 전자의료기기 산업은 지속적인 기술혁신의 강한 잠재력 때문에 향후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보고 있고 미국에서도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에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례로 1억달러 미만 수입을 가진 회사들이 산업 연구개발 투자의 28%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전자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인력 확보다. 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료기기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제품으로 중소기업의 전문인력 확보율은 여전히 낮으며 졸업 직후의 인력 투입도 현장 적응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산·학간 공동학위 과정 개설이나 실무현장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기관 설립 등을 통해 기업의 인력개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지속적인 기술개발 환경 조성으로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둘째는 집중과 선택에 의한 연구개발 투자비의 효율적인 지원이다. 한정된 자원을 모든 전자의료기기 분야에 분산시켜서는 선진국 대비 60∼70%인 기술 격차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경쟁력 있는 유망품목을 선정해 집중 투자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유망품목 선정을 위해서는 우선 의료서비스 수요 및 재택 관련 제품 수요 증대 등 사회환경 변화와 원격의료 법제화 등의 제도적인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하며 시장 변화 및 기술동향 등도 잘 읽을 필요가 있다.
특히 제품 특성상 연구개발 후 반드시 소요되는 임상실험 등을 포함한 상품화 단계의 자금지원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선정품목에 대한 핵심기술·중기기술·장기기술 등으로 구분,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며 특히 시장성 높은 아이디어성 기술제품에 대한 비정기적인 선별지원정책을 병행 시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반기술 공유가 필요하다. 전자의료기기는 고도의 복합기술집약 제품이기 때문에 개별 중소기업이 모든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체계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기반기술은 공유하고 각 기업은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전담할 기술지원센터 등의 설립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