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시스템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전을 끝낸 뒤끝이 또 개운치 않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의 대용량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건은 규모로만 따지면 단일시스템 사상 최대인 2700만달러다. 우리돈으로 쳐도 300억원이 넘는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수주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존재한다. 프로젝트 규모는 2700만달러에 불과(?)한데 기술지원을 포함한 IBM의 대KISTI 지원금이 357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KISTI는 340억원에 해당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하면서 프로젝트 총 비용보다 많은 357억원의 지원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약속을 IBM으로부터 받아낸 셈이다. 물론 HPC기술지원센터·리눅스클러스터·네트워크 컨설팅·파트너십 지원·슈퍼컴퓨터사용자 지원조직 창설 등 명분과 실리가 함께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런 점으로 봐선 KISTI의 협상력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34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발주해놓고 357억원의 지원금과 운영비를 덤(?)으로 챙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스템 도입 순수비용은 기껏해야 30억원 내외이고 나머지는 모두 기술지원과 교육비·운영비·인건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에 기여하는 기회를 갖겠다는 한국IBM 역시 박수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시스템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액이 기술지원과 교육 등에 투입되는 만큼 자칫 KISTI의 자금 활용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기자의 지나친 노파심 내지는 기우에서 비롯된 우려감이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1차·2차·3차 제안에서 업체들과 KISTI간에 오간 고성과 갈등을 지켜본 기자로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
‘돈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고 불필요한 오해가 뒤따른다. 더구나 KISTI나 IBM 모두에 이번 지원금은 소위 ‘눈먼 돈’일 수가 없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