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48)

정치입문<10>

 A 지역의 후보자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이 되었다. 훗날 그는 나를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였고, 정치적인 동지가 되었다. 나에게 고맙다고 한 그에게 나는 내 개인이 아닌 당에 감사하라고 했다. 당에서 도운 것이지 개인 자격으로 도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정치는 사양과 양보가 상당한 덕목으로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한편 정치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밥 먹듯이 하면서 오늘의 동지가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동지는 있었고, 덕목은 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거기간 내가 정치자금을 지원해준 후보자들에게 나는 각별히 신경을 썼다. 돈을 준 것으로 끝내지 않고 측면지원을 하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벤처창업을 하는 기분으로 분석을 하고 연구하였으며, 어디에 상품가치가 있는지 따져보았다.

 후보자 가운데는 사생활이 복잡해서 상당히 우려되는 인물이 더러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섯명 정도 되는데, 당에서 공천을 하려고 작정해놓고 나에게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부탁했을 때도 나는 께름칙하게 생각했던 인물이었다. 사생활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파렴치한이 아닌 이상 탓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평범한 생활인에 불과할 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다가도 정치가가 된다거나 연예인이 되면 그것이 죄악이 되는 사생활이 있다.

 그러한 사생활을 상대방 후보들이 들춰내면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진숙처럼 세번 이혼하였다는 것이라든지, 장대성 교수처럼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다든지, 윤봉수 철학교수처럼 주역 철학관을 내어서 점쟁이 노릇을 했다든지, 강문수 사장처럼 부도 경험이 있으며, 첩이 있었다는 사실 등이다.

 이와 같을 때는 맞불작전을 펴라고 하였다. 산에 불이 나면 그것을 직접 끄는 것이 아니고 바람이 부는 반대편에서 맞불을 놓는다. 그러면 번지던 산불이 맞불 놓은 곳에 오면 탈 나무가 없어 꺼지는 것이다. 그 불을 쫓아가면서 끄려고 하면 워낙 거센 불이라서 잘 끄지 못하고 온 산을 다 태울 뿐이다.

 이를테면, 오진숙처럼 세번 이혼한 것을 비난하면 그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이혼을 세번 했다고 공표하는 것이다. 먼저 떠들고 있으면 변명할 기회도 있는 것이고, 그것을 트집잡는 쪽에서는 싱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