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SW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티맥스소프트 박희순 회장 hspark@tmax.co.kr

영화 ‘친구’가 개봉 10일만에 전국에서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 흥행 신기록을 수립했다. 덕분에 제작사, 배우는 물론 인터넷 공모를 통해 투자한 네티즌들까지도 소위 대박의 꿈에 젖어있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과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SW) 산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두 산업이 비약적인 질적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쉬리, JSA, 친구같은 영화들이 고객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영화를 제작해 성공을 거두었듯이 많은 SW 벤처기업들 역시 국산 SW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세계 유수기업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제품들을 개발해냈다.

 하지만 안타까운 공통점도 있는 것 같다. 질적 수준이 크게 높아지기는 했으나 두 산업은 아직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국내에서 관객 600만명을 동원해 흥행수입 500억원을 올린 쉬리는 전 세계 20개국에 수출, 약 30억원의 수출액을 올렸다고 자랑하지만 영화 타이타닉이 전세계에서 9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입을 올린데 비하면 너무나도 미미한 금액이다. 한 영화평론가가 “쉬리의 경쟁력은 태평양을 건너는 순간 바다 밑으로 추락한다”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영화는 국내 흥행만 염두에 두고 제작하기 때문에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시장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SW산업 역시 해외시장을 꾸준히 공략하고 있으나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제품은 아직 드문 것이 현실이다. 품질도 손색이 없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일류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SW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은 필수적인 과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미들웨어 시장 역시 95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시장의 75%를 미국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시장의 1∼2%만 차지해도 한국시장 전체를 석권하는 것보다 큰 시장 규모다. 이러한 수치에서만 보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의 강화는 필수적인 선결조건인 것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는 이것이 지속적인 성장보다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IT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세계적인 SW업체 대부분이 한국에 진출해 있다. 해외시장에서 이들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한국시장에서도 도태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각종 지원과 서비스가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품질도 손색이 없고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국산을 이용할 고객은 없다.

 물론 역사가 짧은 한국의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벤처기업에 글로벌 경쟁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라며 시간을 두고 해결해가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미국 신경제의 대명사인 시스코시스템스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 과정을 본다면 이는 시간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이루기 위해서 SW 벤처기업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시스템화된 조직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술개발의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관리 및 기술지원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시스템화된 업무체계 확립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생색내기용 해외지사 설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한국본사에 의존적인 지사가 아니라 한국과는 독립적인 현지 본사 개념의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충분한 사전조사가 수행돼야 하며 일단 진출을 결정했다면 현지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현지화에 주력해야 한다. 현지사정에 밝고 광범위한 네트워크, 영업력을 갖춘 현지인들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 역시 필수적인 사항이다.

 마케팅 능력 강화는 물론이고 마케팅에 접근하는 방법까지 혁신해야 한다. 많은 SW 벤처들이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제 마케팅만 남았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법으로는 자금력이 풍부한 일류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제품의 개발 단계부터 마케팅 마인드를 접목시켜야 한다. 즉 마

케팅은 기업활동이 시작하면서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어야 한다.

 국내 SW 벤처기업들은 짧은 기간에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기업이 커질수록 성장속도는 더디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쟁력 강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야 한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물론 모든 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때 한국의 SW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