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인 바뀐 콘퍼런스

 

 세계적인 DBMS 전문기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온 미국 인포믹스가 사상 처음으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 이그제큐어티브(executive) 콘퍼런스 2001’이 개막과 동시에 주인이 바뀌는 이상한 행사가 돼 버렸다.

 인포믹스가 오랫동안 준비해 말레이시아 휴양도시인 페낭에서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열린 이번 행사는 개막 하루 전에 발표된 IBM과 인포믹스의 전격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인포믹스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려던 당초 계획에서 벗어나 새로운 내용이 행사의 주테마로 등장했다. 인포믹스측은 행사장 도착과 동시에 인수합병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행사내용 수정 등으로 밤늦게까지 부산한 모습이었다.

 행사 첫날인 지난 26일 갑작스레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IBM과 인포믹스 양사의 아태지역 담당자의 회견 내용은 알맹이 없이 무미건조하게 진행됐다. 세계적 기업의 인수합병 소식을 페낭 현지에서 접한 인포믹스 고객 및 제휴사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관심속에 열린 기자회견은 다소 썰렁하기까지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태지역을 담당하는 양사 고위관계자들의 답변 내용은 직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원론적이고 단순했다. 인수합병으로 밟게 될 양사의 구체적 계획은 물론이고 인수합병의 내용에 대해 참가자들의 의문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태지역 12개국 180여명의 인포믹스 제휴사와 고객은 인포믹스의 전략과 비전 탐색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인수합병인 만큼 아태지역 책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속시원하게 밝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고위책임자들의 태도는 분명 고객만족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인수합병으로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전격적 인수합병 소식에 놀란 고객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자리도 아니었고 향후 IBM과 인포믹스의 인수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조직의 출사표를 제시하는 자리도 아닌 내용없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기자회견이었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페낭(말레이시아)=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