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영국 온라인 여행시장 붐빈다

전자상거래는 책과 음반, 컴퓨터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최근 금융과 의료·보건, 여행 등 서비스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행산업은 인터넷 비즈니스 접목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까지 여름휴가나 해외출장을 떠날 때에도 온라인 여행사 등이 개설한 웹사이트를 찾아 여러 가지 여행상품을 비교한 후 비행기 표부터 호텔, 보험, 렌터카까지 ‘원클릭’으로 예약하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온라인 여행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순수 닷컴 기업들과 오프라인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항공 및 호텔업체들간 경쟁도 차츰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com)와 공동 기획하는‘EC커런트’ 스물다섯번째 이야기는 인터넷 보급(1500만 명)을 비롯한 정보통신(IT) 사용환경이 우리와 비슷한 영국 온라인 여행시장의 최근 동향과 성공전략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영국 온라인 여행 분야에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리티시 에어웨이 ‘토머스 쿡’과 순수 닷컴 기업으로 e북커스(http://www.ebookers.com), 미국계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어(http://www.expedia.co.uk), 트래블로시티(http://www.travelocity.com) 등 4개 회사들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들 4개 회사를 포함해 총 35개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사업 현황 및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조사했다.

 가장 먼저 현재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을 조사한 결과 66%의 여행사들이 호텔 등 각종 숙박관련 정보를 비롯해 항공·렌터카(각 63%)·보험(57%)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1참조

 온라인 여행사들 중에 호텔투숙과 항공권 등의 예약 및 구입 서비스까지 인터넷에서 ‘원클릭’으로 제공하는 비율은 아직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예를 들어 호텔 예약업무를 받고 있는 웹사이트가 전체의 절반이 조금 넘는 54%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항공권 구입(51%)·렌터카 예약(43%)·보험가입(40%)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은 아직 40%대를 맴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의 비율이 60∼70%까지 상승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오는 2002년 인터넷에서 항공권을 예매하겠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69%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호텔예약(66%), 렌터카 예약, 보험가입(각 63%) 등의 업무도 인터넷에서 처리하는 비율이 급증할 전망이다.표2참조

 이에 따라 온라인 여행관련 매출도 앞으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인터넷에서 올리는 매출의 경우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도 못 미치지만 32%의 응답자들은 오는 2005년에 온라인 매출비중이 26∼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 매출이 전체수입의 76∼100%를 차지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9%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표3참조

 이번 조사에서 모두 고무적인 결과만 나온 것은 아니다. 특히 온라인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터넷에서는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말하고 있는 점은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아직 많은 네티즌들이 웹사이트에 등록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누가 우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항공사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기껏 알 수 있는 정보는 고객이 예전에 어떤 방을 요구했는지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온라인 마케팅 관계자)

 이런 저런 이유로 전체 응답자의 57%가 ‘현재 웹사이트에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또 약 3분의 1은 ‘아예 방문객들에게 웹사이트 등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포레스터리서치는 영국의 여행관련 분야에서 인터넷 활용이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동시에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영국의 온라인 여행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 약 5억9200만 파운드(11조2500억원)에서 오는 2005년 약 37억파운드(74조원)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계속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항공권 판매가 17억파운드(45%)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이어 숙박시설(11억파운드), 패키지 여행상품(8억파운드), 랜터카(1억파운드) 판매 등의 순으로 분석되고 있다.표4참조

 그 이유를 살펴보면 영국인들 사이에서 비행기 표를 사거나 투숙호텔을 결정할 때 인터넷을 검색하는 비율은 35%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제로 온라인 여행사에서 이를 구입하는 비율은 비행기 표(약 7%)가 호텔예약(약 5%)을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패키지 여행상품의 경우에도 아직 온라인 판매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앞으로 그 비중이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영국의 온라인 여행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경쟁자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에어웨이(http://www.britishairways.com)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10개 항공회사들이 ‘온라인여행포털(OTP)’을 개설해 여행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호텔체인 회사인 포르테까지 최근 온라인 여행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 이지제트와 리안에어(http://www.ryanair.com) 등 중소 항공회사들까지 최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항공권을 발매하는 비중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혀 여행 대리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수십년 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던 항공사와 여행 대리점들 간에도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음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프라인에 든든한 기반을 두고 있는 이들 항공사 및 호텔체인 회사들이 속속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쪽은 e북커스, 익스피디어, 트래블로시티 등 순수 온라인 여행업체들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들은 그 동안 항공권 및 숙박시설을 예약·판매하는 대가로 7∼15%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운영해왔는데, 최근 항공사 및 호텔체인 업체들이 잇달아 온라인 여행분야에 진출하면서 수수료를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영국의 항공회사들은 최근 항공권을 판매할 때 주는 수수료를 9%에서 7%로 인하한 데 이어 앞으로 이를 3∼5% 수준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항공사와 호텔체인, 여행 대리점, 순수 온라인 업체들간에 서로 물고 물리는 경쟁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살펴보고 업체별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하자.

 부유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여행시장(hardshell)에서는 브리티시에어웨이 등 항공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전체 온라인 여행 시장의 상위 3%에 해당하는 이들이 지출하는 여행경비는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 여행 대리점들은 고객정보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손발이 묶여 있는 데 비해 항공회사들은 마일리지 등 각종 할인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자주 여행을 하는 우량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호텔 체인은 자신을 차별화하기 어려운 대신 항공사와 제휴해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비해 트래블로시티와 익스피디어 등 순수 온라인 여행사들은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또 산간계곡에서 카약을 타거나 번지점프 등을 즐기는 레저여행 시장(backpack)에서는 저렴한 요금을 내세우는 익스피디어, 트래블로시티 등 온라인 여행사와 이지제트, 리안에어 등 항공회사들이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레저 여행객들은 인터넷과 전화상담 등을 통해 값이 싼 여행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 아직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는 비율이 8%에 그치는 반면 항공사(15%)와 호텔(26%)로 직접 예약하는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마지막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족여행 시장에서는 토머스 쿡, 쿠오니 등 아직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 든든한 뿌리를 두고 있는 회사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또 클럽 메드 등 가족 단위 휴양지 체인망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도 앞으로 온라인 마케팅과 양방향TV 광고 등의 전략을 적절하게 배합하면 일반 가족 여행시장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체별 대응전략>

 ◇익스피디어·트래블로시티=항공사 등 오프라인 업체들의 온라인 여행시장 진출로 고전이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한편 아마존 등 다른 온라인 소매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길밖에 없다.

 

 ◇토머스 쿡, 쿠오니=웹사이트의 콘텐츠 내용을 더욱 보강하고 고객관계관리(CRM)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리티시에어웨이, 버진 =우량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예약하기만 해도 경비절감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별도의 회사로 분리, 경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지제트, 리안에어=겉 모습보다 철저하게 실속을 따져 여행상품을 사는 고객들을 파고드는 데 인터넷은 환상적인 마케팅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전자우편 등으로 카약 등 레저여행을 즐기는 청·장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그 어떤 경쟁상대도 무서울 것이 없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