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이 일본텔레콤과 J폰 지분을 보다폰에어터치에 매각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일본의 통신서비스 시장은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게 됐다.
이미 일본텔레콤과 J폰에 출자하고 있는 보다폰은 BT 보유 지분(각 20%)까지 인수하게 됨으로써 양사에 대한 지분율을 각각 45%와 46%로 확대해 두 회사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 사실상 산하 기업으로 흡수한다.
이에 따라 장거리·국제 등의 유선통신 사업자인 일본텔레콤과 휴대폰 사업자인 J폰을 장악하게 되는 보다폰은 종합통신 사업자로서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 유무선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NTT그룹과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주목되는 분야는 보다폰이 본업으로 하는 휴대폰이다.
현재 일본 휴대폰 시장은 NTT도코모가 6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주도하는 가운데 J폰이 16.4%의 점유율로, KDDI 계열 au와 투카가 합계 24.5%의 점유율로 힘겹게 따라가는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 구도는 조만간 J폰을 앞세운 세계 최대 휴대폰 사업자인 보다폰과 2위인 도코모가 격돌하는 2강 경쟁 체제로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보다폰은 일본 휴대폰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 왔다. 시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3세대(3G) 서비스가 실시돼 차세대 주도권의 향배에 직결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승자가 차세대 시장을 제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3G 상용화에 대해선 이달 추진될 예정인 맨섬의 서비스가 세계 최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도코모가 이달 말 4000명을 대상으로 개시하는 시험서비스보다도 규모가 작아(200명 대상) 본격 서비스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J폰은 세계 최초로 휴대폰에 의한 전자우편 서비스 ‘스카이워커’를 개시해 젊은 층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으나 콘텐츠가 도코모(4만)의 절반 이하로 전체적으로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보다폰은 그룹이 갖고 있는 전세계 콘텐츠를 일본 시장에 투입해 서비스 내용을 보강하며 J폰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다폰의 일본 사업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은 유럽에서 3G 사업권 취득에 너무 많은 돈을 써 자금력이 취약할 것으로 지적된다. 또 음성 이외 서비스에서는 i모드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도코모에 내세울 점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약점이 된다.
이에 대해 도코모는 비교 심사 방식에 의한 3G 사업권 획득으로 자금 면에서 다소 여유가 있고, i모드의 방대한 콘텐츠가 있으며 특히 안방에서 경쟁을 한다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