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6개국이 지난달 말 홍콩에서 열린 ‘범아시아동맹(PAA)’ 4차 운영위원회에서 동남아 국가간 사이버무역망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 PAA서비스 설립에 합의했다.
시간과 장소·비용을 수반해야 하는 기존 무역관행과는 궤를 달리하는 사이버무역은 거래처 발굴은 물론이고 계약체결과 물품 인수 및 인도, 대금결제 등을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해 처리하는 획기적인 무역형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데 이번에 아시아 6개국이 세계 최초로 망구축에 합의한 것은 권역내 무역활성화는 물론이고 사이버무역 시장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시장 잠재력이 엄청난 중국과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포함됐기 때문에 동아시아 사이버무역망이 정식으로 개통되면 북미지역의 NAFTA와 유럽지역의 EU 못지않은 동아시아 경제블록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국제 전자상거래 표준화는 물론이고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21세기 세계 경제질서 재편 움직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등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각변동이 우리에게 얼마나 득이 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수출의 지속적 확대가 영원한 과제며 경제회복의 유일한 돌파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통합무역정보망과 양질의 무역 전문인력 양성체제 구축이다. 아울러 교역대국에 걸맞은 인적·제도적 기반도 확충해야 한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우선 당면과제가 조속한 e비즈니스 추진이라는 점은 우리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전 산업의 e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 강화, 운용기반 확충, e비즈니스의 글로벌화, 범국가적 추진체계 구축 등 e비즈니스 5대 발전전략을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인력양성을 위해 대학의 e비즈니스학과 신설을 지원하고 e비즈니스 세계화를 위한 글로벌 사이버무역 기반 조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사이버무역이 급성장하고 조만간 오프라인 무역업무를 대체한다는 것은 불보듯 훤한 상황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가 2004년 사이버무역을 통한 세계 수출입 규모가 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사이버무역시장 규모가 98년 3억5000만달러에서 99년 21억달러로 6배 이상 급성장했고 2003년에는 1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 웟슨계량경제연구소(WEFA)는 세계사이버무역시장 규모가 99년 3400억달러에서 2003년에는 1조7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의 무역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환율 등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효율적인 무역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특히 국가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통한 수출확대에는 제도 및 자금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사이버무역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제도를 서둘러 정비하고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