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복 형식승인

일부 통신관련 기기들이 두 곳에서 형식승인을 받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화기·키폰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통신업계는 일부 통신관련 기기에 대해 이미 정보통신부의 형식승인을 받고 있는데 다시 오는 7월부터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 안전인증을 받도록 고시해 결과적으로 중복된 형식승인을 받게 됐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각종 전기용품의 안전인증은 안전관리와 사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관련업계의 주장처럼 같은 제품에 대해 각각 다른 기관에서 안전인증을 받게 된다면 이는 관련업계나 행정기관에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란 점에서 이들의 반발은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관련업계 입장에서 본다면 한 제품에 대해 두번씩 품질인증을 받게 되면 우선 시간과 인적·물적 낭비일 것이고 행정기관 또한 행정의 효율성이나 관련산업의 발전적 지원이란 측면에서도 굳이 시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최근들어 국민의 정부가 각종 행정절차의 간소화 및 편의성 제고로 민원인 위주의 행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부 나름대로 근거는 있겠지만 각종 전기용품의 안전관리를 위해 관련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중복 안전인증을 시행한다면 이는 재검토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이 제도를 계속 밀고 나간다면 관련업계는 이중 규제를 받는 셈이다.

 이번에 논란의 대상이 되는 품목은 전화기·키폰시스템·현금지급기·판매시점정보관리 단말기·자동응답기·팩시밀리 등 일부 통신관련 기기다. 이 제품은 그간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의 안전인증 품목에서 제외돼 있었으나 최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99년 9월 7일 개정된 전기용품안전관리법 및 2000년 7월 1일 개정된 전기용품안전관리법시행규칙에 따라 올 7월 1부터 국제기준분류품목으로 추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7월 1일 개정된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에서는 안전인증 대상품목으로 이들 제품이 명시되지 않았으나 안전인증 시행부처인 기술표준원이 시행을 두 달 앞두고 일방적으로 인증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이들 제품이 현재 정보통신부로부터 전기안전부문(국제규격인 IEC 60950)을 포함해 통신규격 및 전자파적합(EMC) 부문에 대해 형식승인을 받지 않는다면 당연히 산업자원부에서 IEC 기준에 의한 안전인증을 받도록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정보통신제품이 정통부의 형식승인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다시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 안전인증 대상품목으로 결정해 같은 제품이 두번씩 안전인증을 받게 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설령 나름대로 중복 안전인증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해도 오는 7월 1일까지 해당 전 제품에 대해 안전인증을 취득하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은 잘못하면 행정편의주의적인 처사라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기술표준원 측이 이같은 업계의 주장을 수렴하겠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기술표준원은 논란이 되는 통신관련 기기의 안전인증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이른 시일 안에 중복 안전인증으로 인한 논란을 매듭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