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업계, 콜러ID 특수 ^실망^

 발신자번호표시(콜러ID) 서비스 도입으로 전화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난 4월 말까지 전화기 시장 전체 매출은 지난해 시장 규모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콜러ID 전화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기보다 오히려 기존 전화기 시장을 잠식하는 ‘제로섬 게임’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경우 4월 말까지 유무선전화기 누적판매대수는 51만7000대 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판매한 55만9000대에서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삼성전자·태광·아이즈비전·이트로닉스 등 메이저 전화기업체도 4월 말 현재 전화기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실적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표참조

 4월 말까지 전화기업체에서 밝힌 수치는 당초 2000년 말 기준 1200억원 규모로 집계된 전화기 시장이 올해 콜러ID 특수로 2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콜러ID 전화기를 출시한 3월 초부터 4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콜러ID 단말기 판매로 각각 14억6000만원, 29억2000만원을 벌어들였으나 이 기간에 반대로 콜러ID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전화기 판매 실적이 54억3000만원, 37억7500만원으로 감소함에 따라 전체 매출은 2월 말 매출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트로닉스도 지난 1월 콜러ID용 바텔전화기를 출시한 후 4월 말까지 월별로 각각 1만대, 3만대, 4만대, 5만대 가량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으나 비 콜러ID용 전화기 판매가 반대급부로 줄어듦에 따라 월별 매출은 비슷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아이즈비전은 “콜러ID 기능을 갖춘 전화기에 소비자의 수요가 집중하면서 구형 모델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체들은 콜러ID 전화기의 등장으로 특수를 기대하는 대신 일반 전화기보다 단가가 높은 콜러ID전화기 판매에 총력을 기울여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