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공기업의 전자조달 비율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전자조달 비율 확대는 경제에 미치는 실제적인 파급효과나 상징성으로 볼 때 의미가 있다.
더욱이 물자조달 규모가 작지 않은 공기업이 나섰다니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가 밝힌 대로 20개 공기업의 조달 규모만 해도 올해 11조원을 웃돈다.
그동안 전통적 방식으로 조달한 것을 전자조달 방식으로 전환하면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조달에 따른 번거로움도 감소한다. 또 서류를 간소화하는 것만 해도 발주처나 수주처에 모두 큰 득이 돌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전자조달은 거래를 투명하게 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특히 공기업의 전자조달 확대는 우리 사회의 거래관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자조달이 확대되면 e비즈니스 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으로써 일반 기업체들의 정보기술(IT) 투자를 유발한다.
그렇게 되면 전자상거래 산업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산업이나 기업구조는 자연스럽게 정보화로 급진전될 수 있다.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정착될 경우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하는 전자조달 비율은 미약하기만 하다. 올해 공기업이 전자조달 비율을 높였다고는 하나 전체의 11%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조달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의 전자조달 비율과 비교해 보더라도 터무니 없이 낮은 수치다.
또 조달 대상물자가 아직까지 한정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5개 공기업의 조달 실적에서 드러났듯 단순 물품이 53%를 차지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전자조달이 활성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정작 필요한 것은 중요한 물품을 얼마만큼 전자조달로 구입했느냐다. 조달물자의 대상이 단순 물품에 그친다면 앞으로 조달비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거나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달물품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또 그 대상기관도 20개라고 하니 앞으로 더 늘려야 할 일이다. 전자조달은 정부부처·공기업이 앞장서고 정부투자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 등도 뒤따라 주어야 한다.
물론 전자조달이 이처럼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아직 그 기반이 충실하게 갖춰지지 않은 데도 원인이 있다. 공기업 가운데는 조달시스템을 아직 덜 갖춘 곳도 있을 터이고 안심하게 조달할 수 있는 환경도 미비한 점이 없지 않다. 정부는 전자조달이 하루 빨리 활성화되도록 서둘러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공기업이 정부부처보다도 전자조달 비율이 크게 낮은 데는 공기업 최고경영자의 마인드 부족에도 원인이 있다. 최고경영자와 함께 조달 실무자도 전자조달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또 정부에 납품하려는 일반 기업체도 하루빨리 IT투자를 실시해 정부나 정부기관이 전자조달을 확대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