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말 대신 실천

◆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언어는 현실의 거울이라고 한다. 그 시대를 반영하는 게 바로 말과 글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 시대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표정과 언어가 다르다. 가령 생활고에 쪼들리면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생활이 넉넉하면 표정이 밝고 여유가 있다. ‘부잣집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보편적인 사회현상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얼굴은 어떤 표정일까. 거울을 보면서 자가진단해 볼 일이다. 국가나 사회·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많다면 함박웃음에다 환한 표정일 것이다. 그 반대라면 어둡고 찌푸린 표정일 것이다.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최근 우리의 표정은 어두운 측면이 강하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일들이 마치 뒤엉킨 실타래 같아 해결점을 찾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정치·경제·사회 등 전반에 걸쳐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다 보니 오가는 언어도 미래지향적이고 희망적이기보다는 탄식형이나 좌절형에 가까운 게 더 많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됐을까” “사는 게 갈수록 더 어렵다” “장사가 안된다” “어떻게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치권은 싸움질만 하나” 등이 주류다.

 우선 우리 경제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경제의 침체로 수출이 4월에도 줄었다. 무역장벽은 높아가고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우리의 대외투자 또한 줄고 있다. 기업의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앞으로 경기전망도 난관적이지 않다. 표정이 밝을 리 없다.

 그런데다 건강보험 재정파탄, 실업자 100만명 돌파,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 환경오염 심각, 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교육문제까지 겹쳐 이민자가 느는 추세고 일부 부유층의 과소비는 서민의 눈꼬리를 사납게 만든다. 게다가 일부 계층의 병역비리사건까지 터졌다.

 또 정치권은 허구한날 당리당략으로 네 탓 타령이다. 국민의 마음을 보듬기는커녕 정치혐오증을 부채질한다. 상대를 신뢰해야 내가 신뢰를 받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듯하다. 한마디로 표류하는 정치권이다.

 로마의 시저에게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스페인에 재무관으로 부임한 시저가 알렉산더 대왕 동상을 참배하고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주위 사람이 놀라 그 이유를 물었다. 시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알렉산더는 내 나이 때 세계를 정복했는데 나는 아직 한 게 별로 없다. 그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구나.” 민의의 대변자로 국가경영에 나선 정치인이라면 넓은 가슴으로 미래지향적인 사고의 소유자여야 한다. 포부도 원대해야 한다. 맨날 서로 네 탓 타령이나 해서야 국민의 긍정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추상적 논쟁이나 말따로 행동따로의 처신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일 뿐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을 것이다. 하나씩 단계적으로 우선순위에 따라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개인이건 국가건 1년내 좋은 일만 계속될 수는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나라도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 관건은 문제발생시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방법론이다.

 우선 세밀한 원인분석과 이에 근거한 실천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원칙중심의 실천력을 발휘해야 한다. 어느 사회학자는 실천력의 근본은 “박차고 일어서는 용기”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제해결의 제1요건은 말이 아닌 실천이다. 그 핵심은 원칙중심이다. 윈칙이 훼손되면 실패한다. 어떤 일이든지 해결하려면 발상력·기획력·통솔력·결단력 등 못지 않게 실천력이 있어야 한다. 시저나 나폴레옹·포드·카네기·록펠러 등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실천력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 말은 많은데 실천력 부재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소극적인 자세와 책임회피성 사고다. 가만이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생각이다. 복지부동이 그 전형이다.

 둘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실패를 안 해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인생여정에 한번의 실패도 없었다면 역설적으로 그의 삶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실패는 인생의 자양분이자 성공의 어머니이다. 외국 속담에 ‘내가 걸려 넘어진 돌이 일어설 때 디딤돌이 된다’고 한다. 호랑이 무서워 산에 못가는 형국이다.

 셋째는 능력미달이나 방법의 오류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다.

 넷째는 미래지향적이지 않고 지금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보신성 단견 정책이다.

 이런 것들이 해소돼야 지금의 난국극복이 가능하다.

 생명의 신비와 경이감을 갖게 하는 5월이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름이 더해 가는 절기다. 정부와 정치권은 고통분담이 서민의 고통전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원칙중심의 실천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표정은 밝을 것이고 부드러운 언어가 오고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