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이닉스반도체 외자유치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총 5조1000억원에 달하는 금융지원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는 일단 회생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같다. 해외투자가들이 위험부담 없이 하이닉스반도체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국내 채권단이 불안요소를 제거해 달라는 살로먼스미스바니(SSB)의 요구대로 밑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SSB의 요구사항을 거의 대부분 원안대로 수용함에 따라 이제 하이닉스반도체의 다음 행보는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외자유치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는 그런대로 꿰어졌지만 사실 국민경제적 부담이 적지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금융시장의 안정과 수출경쟁력 확보라는 정부의 대전제 아래 미리 정해진 결론을 마무리짓기 위해 정부와 SSB에 시종 이끌려다녀야 했던 채권단이나 투신권 모두 살얼음판을 내딛은 셈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솔직히 채권단에 지워진 과제가 너무 무겁다”는 채권단 관계자의 말이 지금의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하이닉스 금융지원에 휘말린 투신권의 심정도 편할리 없다. 처음 채권단의 금융지원 동참방안을 무시하다 정부와 채권단의 압력으로 결국 6800억원의 부담을 떠안는 선에서 채권단의 안을 받아들였다. 투신권 역시 대우사태 이후 신인도 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이번 결정이 영 찜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금융권이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산적한 문제가 많고 이에 따라 추가지원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외자유치는 그래서 더욱 절박해 보인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외자유치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여부가 극히 불투명함은 물론 금융권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이번 금융지원에 대한 대내외 시선이 곱지않은 상황에서 하이닉스반도체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 또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반도체(D램)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위상에도 결정적인 흠집을 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욱이 하이닉스반도체가 이미 7조3000억원의 금융기관 부채와 2조원 가량의 협력업체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이번 금융지원으로 단번에 회생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에서 외자유치는 이래저래 반드시 성사시켜야할 긴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