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게임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기에 대한 등급 재분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분류라는 단어의 의미는 말 그대로 과거에 잘못됐던 것을 다시 고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98년 게임물에 대한 심의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되면서 불거지기 시작됐다. 업무이관 이전 당시 복지부는 공중위생법에 근거해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등급 구분없이 합격 여부만을 판정했다. 그러나 문화부가 이 업무를 전담하면서 아케이드게임은 합격 여부뿐 아니라 연령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다. 이번에 재분류 대상에 오른 게임은 업무이관 이전 등급 구분없이 합격 여부만을 판정받은 작품들이다. 따라서 상당수에 달하는 사행성 게임이 제도권의 ‘심판’을 다시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는 이번 재분류를 통해 과거 복지부 심의시스템에서 합격 판정을 받고 유통중인 게임장용 게임기 가운데 ‘18세 이용가’ 및 ‘사용불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게임을 골라내겠다는 방침이다. 공중위생법 규정에 근거해 검사를 받은 게임물은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내에 등급 분류를 받도록 했고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2년이란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도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문화부는 나름의 기준잣대로‘18세 이용가’ 또는‘사용불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3420종의 게임물을 이미 선정·고시해 놓고 있다. 문화부는 이들 게임 가운데 일부 극소수 작품을 제외한 모두를 ‘18세 이용가’ 등급 또는 ‘사용불가’ 판정을 내려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화부의 이같은 방침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특히 도박 등 사행성 게임을 모두 거르겠다는 의지는 칭찬할 만하다.
문화부는 그러나 이로 말미암은 일선 게임장(오락실) 업주들의 피해를 어떻게 아우를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 더욱이 문화부의 결정으로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게임기들은 모두 폐기처분돼야 한다. 한마디로 정부의 시책이 오락가락함으로써 선의의 업주들이 무더기로 재산상의 손실을 봐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당초 검사받은 자 또는 정당하게 권리를 양도받은 자’에 대해서는 이의 신청을 받았고 ‘게임제공업자 단체 또는 게임제공업자’ 등을 대상으로 오는 7월 2일까지 2차 이의 신청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관계법만을 내세워 단죄하기에는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특히 힘없는 서민인 오락실 주인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 가혹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테면 연착륙을 모색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업계 한 원로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의 기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00만여대에 이르는 게임기들이 사용불가 판정으로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어 게임장 업소들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재산 손실이 예상됩니다, 불가피한 조치겠지만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최악의 경우 완충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산업부·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