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제는 문화기술

◆성제환 게임지원센터 소장 sung24@gameinfinity.or.kr

 

 경제적 궁핍이 해결되면서 장수와 건강이 인생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미세기술(NT:Nano Technology)과 생명공학기술(BT:Bio Technology)에 범국가적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여기에는 그러나 엄청난 기술적 흐름을 간과한 게 한가지 있다. 경제적 궁핍이 해결되고 건강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황이라면 본능적으로 문화생활을 영위하려는 게 인간이다.

 인간의 즐거움은 바로 문화에 있다. 인류문명의 발달과 함께 문화콘텐츠산업은 이제 전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예컨대 일본 소니사의 경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게임이나 음악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사업이 기존 가전 분야의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술발전은 가장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졌듯 이제는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정보기술(IT), 미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과 더불어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혁명’이 코앞에 닥친 일이 되었다.

 기술은 시대의 필요에 부응해 경제적 효율을 최대화하고 미래의 요구를 앞당기는 산업발전의 원동력이다. 현대의 기술은 증기기관이라는 동력의 기술로부터 시작해 축음기와 영사기라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기기를 거치면서 바로 이 동력과 커뮤니케이션을 합친 정보통신기술로까지 발전했다.

 그렇다면 IT시대 이후의 기술은 과연 무엇이 될까.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미세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될 것이라는 것에 의문의 여지를 달지 않는다.

 그렇다면 CT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화에 있어서 가장 큰 흐름은 콘텐츠와 디지털기술의 융합화(fusion) 현상이다. 문화적 자원과 정신으로부터 발현하여 문자나 영상, 혹은 소리 등으로 구체화하던 것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디지털기술의 등장으로 문화콘텐츠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 영화, 음반, 애니메이션, 게임, 출판 등 다방면의 문화콘텐츠는 모두 새로운 기술과 융합하여 각각 인터넷방송, 디지털영화, MP3, 웹코믹스(web comics), 온라인게임 또는 모바일게임, 전자책(eBook) 등으로 변환되고 있다. IT가 기존의 사회를 밀어내고 신사회를 건설하는 압박(push)형 기술이라면 CT는 사회의 모든 문화적 현상을 디지털화 속으로 끌어들여 사회를 변혁시키는 견인(pull)형 기술일 것이다.

 CT는 어떻게 해야 발전하는가. 첫째, 기술과 창작의 결합이 활발해야 한다. CT는 단순히 디지털기술의 문화콘텐츠에의 적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게임산업의 경우 게임의 구동과 동작조작을 가능케 하는 게임엔진 분야를 보자. 게임엔진은 게임프로그래밍과 게임그래픽으로 구성되어 소프트웨어 기술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실제와 다르다. 게임엔진은 대개의 경우 게임을 제작할 때마다 프로그래머에 의해 개별적으로 만들어진다. 경쟁력 있는 엔진의 경우에는 영상미학과 음향효과 면에서도 뛰어나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프로그래머만의 참여가 아닌 예술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온라인게임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게임 개발에는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도 참여해야 경쟁력이 향상된다.

 모든 CT의 개발 과정에서는 공학도 및 프로그래머만으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 편집전문가, 촬영 및 연기감독 등 문화 분야 종사자들의 참여는 기본이다.

 둘째, CT는 디지털화한 문화콘텐츠의 유통과 관련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 출판, 음반, 영상, 게임 등 오프라인상의 문화시장은 CT로 인해 온라인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이해당사자들간의 엄청난 이해갈등과 구조변화를 야기한다. 또한 저작권관리기술(DRM)은 CT 중에서도 가장 파급력이 큰 기술로서 이것이 완벽하게 개발, 시행된다면 콘텐츠의 불법복제와 불법유통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 정부는 디지털 위성방송시대 개막에 대비하고 문화산업의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CT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투자에 앞서 1차적으로 예술가와 문화업계 종사자 그리고 기술자들이 함께 CT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과 분야별 연계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