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의 디지털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소니·워너브러더스·파라마운트·유니버설 등 메이저 영화사들이 기존 셀룰로이드 필름 대신 디지털 매체로 저장해 위성 및 광섬유를 통해 전송하는 디지털 영화제작·배급 체제 정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영화 제작과 배급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셀룰로이드 필름이 갖는 필름 노화 현상이 없고 프린트 비용이 들지 않는 등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
디지털 방식 제작·배급은 수년전부터 소개돼 왔으나 장비구입 비용이 높은데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해오다가 최근 들어 디지털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판단한 대형 영화사들에 의해 도입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또 보잉위성시스템, 퀄컴과 테크니컬러의 합작사인 ‘테크니컬러 디지털 시네마’등 영화계와 관련없는 업체들이 디지털 영화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영화계의 지분을 뺏길 수 있다는 절박감도 영화사들 사이에서 크게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영화사들은 기존 셀룰로이드 필름을 디지털화해 디스크나 위성을 통해 전송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와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워너브러더스·파라파운트픽처스 등 4개의 대형 영화사는 극장 측에서 특수영사기와 컴퓨터 서버 등의 디지털 영화상영 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할 비영리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들 영화사가 공동 설립하게 될 비영리단체는 극장에 대한 재정지원 이외에 디지털 영화기술의 표준을 정하는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현재는 4개 업체만 참여하고 있지만 유니버설픽처스가 이미 가입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20세기폭스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극장주들은 디지털 영화상영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이 큰 데다 디지털 영화가 도입되면 영화상영에 대한 영화사의 권한을 강화하게 돼 현재의 극장과 영화사간의 균형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해 디지털 영화 도입에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극장주들은 조지 루카스 감독이 내년에 개봉될 영화 ‘스타워스 에피소드2’를 디지털 영화상영 장비를 갖춘 극장에 1∼2주 먼저 상영토록 해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 영화상영 장비를 구매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디지털 영화상영 장비를 갖춘 극장은 미국내에 10여곳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30여곳에 불과하다”면서 “극장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