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소재산업의 육성

 

 정부가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최대 애로사항인 부품 국산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렉트로(Electro) 0580 프로젝트 사업추진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5년 안에 디지털전자산업의 핵심 부품 및 소재 국산화율을 80%선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본다.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지향적인 부품을 개발하는 것은 무역흑자의 최대 걸림돌이던 핵심 부품 및 소재 국산화 문제를 해소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실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우리의 지상과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계속되는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최종제품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 핵심 부품 및 소재 국산화에 안간힘을 써왔으나 여전히 핵심 부품 수입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우리가 일렉트로 0580 사업단에 기대를 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수입 유발품목인 고집적 고주파 부품은 물론이고 수출 유망부품인 소형 컬러디스플레이와 디지털방송 수신용 변복조 부품 등을 집중 개발, 오는 2005년까지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율을 기존 50%에서 80%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있는 목표를 갖고 출범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세하고 기술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서는 개발하기 힘든 고난도 고비용 원천기술에 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선진국 표준화 그룹 및 협의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또한 장기·대형 부품과 원천기반기술 등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연구는 전문연구기관이, 단기·소형 부품은 기업에서 연구토록 하는 이중화 전략을 통해 상품화를 앞당기겠다는 것도 제대로 수립한 전략인 것 같다.

 약 2000억원의 민·관자금이 투입돼 유망기술 로드맵 작성 후 기술개발에 나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대일 의존도와 무역적자 해소는 물론이고 우리 제품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제에 부품·소재를 모두 국산화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점도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시장성이 없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의 경우 수입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의 기술과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세계일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핵심 부품 및 소재를 선별한 후 이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부품·소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항구적인 무역흑자 기반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함은 물론이다.

 핵심 부품을 해외공급처에 의존해야 하는 산업구조로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요원하다. 하지만 자금·기술·판로가 대기업에 종속되다시피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자본회임기간이 긴 부품소재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4월 부품소재 특별조치법이 시행되면서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이 일렉트로 0580 프로젝트 사업추진단 출범을 계기로 도약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