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으로부터 위성중계기를 임대받아 각종 위성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극심한 사업부진을 이유로 중계기 임대료 인하 등을 한국통신측에 정식 요청하고 나섰다.
20일 정통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통부 중재로 열린 한국통신과 사업자간 간담회에서는 대다수 사업자들이 열악한 사업환경과 장기적 수익악화를 공통적인 어려움으로 토로했으며 이에 대한 대안적 조치로 중계기 임대료의 한시적 인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통신이 운용중인 위성에서 Ku밴드 중계기를 임대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미래온라인·아이비샛·스카이캐스트 등 27개에 이르며 Ka밴드 중계기를 빌려쓰는 사업자는 GCT코리아·애니셋 등 두 곳이다. 이 중 대부분의 업체는 지난해를 전후해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한국통신에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조차 메우지 못하는 형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위성사업자 입장=임대료 유예가 불가하다면 2년 정도의 사업안정화 기간동안 임대료를 절반정도 삭감해 적용하고 이후 원상회복시키는 방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포기 직전까지 몰린 업체에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전체 위성통신시장의 활성화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이 한편에선 중계기를 임대하고 다른 한편에선 위성관련 도소매업을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시장경쟁으론 도저히 게임이 안 된다”며 “제한적인 시장에서 매월 고정임대료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근본문제”라고 토로했다.
사업자들은 또 위성통신이 외국에 개방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들어 한국통신과 정통부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위성이 들어온다면 현재의 중계기 임대료는 절반 가까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사업자들의 임대료 인하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독점상황에 따른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통신 입장=중계기 임대료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자들이 겪고 있는 경영, 사업상의 어려움은 전적으로 사업자들의 책임이지 중계기 임대주체인 한국통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에도 흔들림이 없다.
한국통신 위성운용팀 관계자는 “현재 책정된 임대료를 제대로 받아도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임대료 인하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차피 경쟁상황에서 살아갈 길을 찾는 것은 사업자의 몫이고 능력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통신의 이같은 확고한 입장에는 위성사업 초기 불거졌던 위성사업 수익성논란에 따른 피해감정이 바탕에 깔려져 있다. 이에 대해 같은 관계자는 “만의 하나 임대료를 삭감시켜 위성사업 전체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그 비난의 화살을 받는 곳은 역시 한국통신이 될 것”이라며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에게 수익이 위협받을 수 있는 임대료 수입을 줄이도록 하는 것은 또다른 억지”라고 밝혔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