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장비업체들이 그간의 경쟁관계를 지양하고 차세대 반도체장비 개발에 상호 협력키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미 국내 10여개 업체들이 컨소시엄 구성에 뜻을 함께 했고 이달말쯤이면 사업추진 내용과 방법 등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컨소시엄 구성은 정부나 외부기관의 관여 없이 민간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해 타율적인 사업방식보다 사업성과를 훨씬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앞으로 플라즈마화학증착(PECVD)장비와 노광장비 등 반도체 전공정 개발에 주력해 2년 안에 이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공정장비는 생산업체수가 많지 않은데다 일정 수준의 기술만 확보하면 막대한 규모의 신규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우리의 반도체장비 국산화는 시급한 현안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모든 공정을 다해 17%선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전공정장비는 국산화율이 6.4%에 불과해 후공정장비의 34.5%나 검사용 장비 11.7%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전공정장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전공정장비는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에 추진되는 컨소시엄 구성으로 업체간 기술공조를 통해 차세대 기술을 확보한다면 취약한 전공정장비의 국산화율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 향상과 직결되는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300㎜ 웨이퍼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우리는 경기위축에다 초기투자비가 많이 들어 단일업체가 장비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관련업체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장비개발사업을 추진하면 이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고 업체별로 축적한 기술을 통합하면 해외 마케팅에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이 분야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세계적인 장비업체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장비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300㎜ 웨이퍼 관련 공정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와 반도체장비 업계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고 세계 15개 주요 반도체장비 개발업체들도 오는 8월 메이저장비업체(MES) 컨소시엄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런 외국의 동향을 감안할 때 관련업체간 컨소시엄 구성 작업은 내실있게 지금보다 더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좋다.
물론 장비 공동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출발에 불과하고 앞으로 참여업체간 이질성과 그간의 경쟁구도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며 이런 과정을 거쳐 결집된 시너지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문제다.
다시말해 각사가 나름대로 확보한 기술을 어떻게 공유하고 이를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공정 장비업체로 새로 태어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그러자면 먼저 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은 대승적 자세로 모든 문제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소자업체들의 컨소시엄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컨소시엄 구성이 경쟁업체간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