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과 관련한 보건복지부의 파행이 뒤늦게 밝혀져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의약분업 시행에 필요한 재정추계를 잘못하고 준비부족에도 불구하고 분업시행을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의약, 의료계의 e비즈니스화(정보화)를 취재하기 위해 제약회사와 병원의 정보시스템실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귀가 닳도록 들은 얘기는 의약분업이었다.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관련 법규가 너무나 자주 바뀌어 시스템을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게 얘기의 주류를 이뤘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없었다는 불만이 가득했다.
의약분업 못지 않게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의약품유통정보센터(KOPAMS)다. 국내 의약품 유통체계를 혁신시킬 수 있는 대안이란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실행시기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보건복지부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의약품유통정보센터 가동에 대해 확신을 갖는 업체 관계자는 거의 없어 더욱 걱정이다. 심지어 한 제약회사 CIO는 지난해 자체 e마켓플레이스를 설립하려다 의약품유통정보센터의 역할에 기대를 하고 이를 중단했으나 요즘 추세를 보고 다시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약품유통정보센터 가동시기를 당초 5월 중순에서 7월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으니 시간을 조금 달라는 관련업계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건복지부는 7월초부터 관련 업계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의약품대금직불제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스템의 시범가동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약품유통정보센터의 가동이 당초 의도대로 의약품 유통정보화를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기자뿐 아니라 온국민의 마음이다. 이를 생각한다면 보건복지부는 ‘사후약방문’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루빨리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프로젝트 보완작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터진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로 혹시 의약품 유통정보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관련업계에서 의약분업 시행의 파행성을 핑계로 ‘될대로 되라’는 관망식의 태도가 늘어나지 않을까 해서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