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도 약 1주일동안 `공짜전화 소동`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캐나다의 온타리오와 퀘벡 주에 최근 난데없는 ‘공짜전화 소동’이 벌어졌다.

 캐나다 최고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 토론토스타(http://www.thestar.com)는 지난 주 캐나다 온타리오와 퀘벡 2개 주에 설치된 벨캐나다(http://www.bell.ca)의 공중전화에서 토론토에 있는 전화 서비스 재판매 회사 텔레합커뮤니케이션스(http://www.telehop.com) 교환기(전화번호 10-10-620)에 접속하면 전세계로 연결되는 모든 전화에 대해 요금이 면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 월요일(14일) 컴퓨터 요금징수(billing) 프로그램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파키스탄의 프로그래머 주베리 씨다. 그는 최근 토론토스타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공중 전화기에서 국제전화를 10여분 동안 해도 전화카드에 남은 돈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평소 즐겨 찾던 뉴스 그룹에 올렸다”고 털어놓았다.

 공짜전화 소식은 일단 한번 인터넷에 공개되자 순식간에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져나갔고, 그 즉시 수많은 사람들이 공짜전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로 몰려들었다. 특히 파키스탄 및 인도에서 이민 또는 취업 때문에 고향을 등졌던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고향 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주베리 씨는 “처음에는 공짜 국제전화를 그토록 여러번 걸 수 있었다는 점에 놀랐고, 또 고장난 전화들이 1주일 가까이 방치되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토론토 근교에 있는 시골마을(미시소가)에서 신문을 팔고 있는 아닐 파텔 씨도 “처음에는 가게 바로 앞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에 사람들이 20∼30명씩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마을에도 축제가 벌어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게 앞 전화부스는 곧 난장판이 되었다. 사람들이 서로 먼저 전화를 걸겠다고 싸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마침내 파텔 씨가 이러한 사정을 회사(벨캐나다)측에 통고한 후에야 1주일 가까이 계속되던 시골동네의 공짜전화 소동은 막을 내렸다고 토론토스타는 전했다.

 벨캐나다 측의 보안 담당자는 이와 관련, “장거리전화 재판매 회사인 텔레합 측의 컴퓨터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에 이번 소동이 빚어졌다”며 “온타리오와 퀘벡 주에 설치되어 있는 10여만 대의 자사 공중전화에는 아직 아무런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토론토스타는 “공짜전화 덕분에 지난 1주일을 즐겁게 보냈던 전화 사용자들의 도덕성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평소 공중전화 관리를 소홀히 한 벨캐나다와 텔레합 양사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촌평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