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실보험 악용은 근절해야

 

 SK신세기통신이 이동전화단말기 분실보험을 이용해 신형 단말기로 교체하도록 종용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회사가 동원한 방법은 제도의 허점을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악용했다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조차 없어 보인다.

 본래 이동전화단말기 분실보험은 고가의 단말기를 사용하다가 분실했을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그 취지대로만 이용하면 나쁠 것이 없다. 그것은 휴대함으로써 분실 위험성이 높은 이동전화 단말기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이같은 취지의 이동전화 분실보험을 소비자와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가 합작으로 악용했다.

 우선 소비자들의 의식이 문제다. 이동전화서비스 회사로부터 단말기 분실신고만 하면 신형 단말기로 교체해 준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도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같은 방법을 통해 올해 신형 단말기로 교체한 사람이 2700명이라고 하니 적지 않은 수다. 물론 그중에는 실제로 단말기를 분실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단말기를 교체하는데 40만∼50만원 드는데 분실보험을 이용하면 1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전화를 이동전화서비스 회사로부터 받는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단말기를 바꾸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다음은 보험회사의 책임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보험 가입자가 단말기를 분실했는지를 보험사가 철저하게 조사했더라면 이같은 일은 좀더 줄어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말기 분실보험으로 지급하는 35만원 때문에 보험회사가 현실적으로 수사관처럼 사실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종의 보험사기일 수밖에 없는 이러한 일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면 뭔가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궁극적인 책임이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에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업자가 우량고객을 대신해 분실보험에 가입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것을 이용해 이달부터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단말기 분실신고를 하도록 권유, 멀쩡한 단말기를 바꾸고 싶은 유혹에 빠트리게 한 것은 잘한 일이 아니다.

 이동전화 분실보험을 통해 단말기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 35만원을 이동전화회사가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보조금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느냐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의 실제적인 효과가 단말기 보조금 지급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SK가 기업결합에 따라 신규 가입자를 받기 어렵고 기존 우량고객을 관리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더라도 그러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다.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폐해는 이미 고질적이어서 정부가 그것을 폐지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동전화사업자가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같은 일을 한다면 사업자들 사이의 건전한 경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건에 관계가 있는 보험사와 소비자, 해당 사업자를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을 가리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