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668)벤처기업

정치 입문<30>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조차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상한 곳이었다. 나는 재정경제 소위원회에 소속되어서 활동을 했다.

 처음으로 소위원회 회의가 진행될 때 여야간의 이해 관계가 걸린 미묘한 법안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법안 자체를 놓고도 한동안 떠들었다. 그때 여당의 고참 의원이 갑자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비난했다.

 “최 의원이 벤처기업 창업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십여년 전의 일이고, 지금은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대기업의 사주가 된 사람이 아직도 벤처기업 하는 중소기업인이라고 말하면서 은폐하려고 하는 저의를 알 수 없습니다. 아직 중학생인 자녀들을 모두 미국으로 조기 유학 보낸 사람이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심에서 어쩌고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중학생은 해외 유학을 할 수 없다는 국법을 어긴 사람을 어떻게 믿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발언에 격분한 같은 당 동지 의원이 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반박했다.

 “지금 이 의원은 본 입안 건과 무관한 개인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최 의원이 몸담았던 기업이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는 것이 본 안건과 무슨 상관이며, 유학 문제 같은 개인문제가 왜 여기서 언급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본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을 회의록에서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나는 지금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차별화 법안을 놓고 발언을 한 최 의원의 진실을 밝히고자 그의 신상을 거론한 것입니다. 그리고 의원 신분으로 국법에 어긋나는 자녀 조기 유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충고를 한 것입니다.”

 나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소위원회 안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나의 집안 이야기가 튀어나온 것이다. 얼마 전에 아내가 아이들을 유학 보내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나는 아내의 말보다 아이들의 의견을 물었다. 아이들도 덩달아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아내가 아이들을 미리 설득시켜 놓은 듯했다. 그렇게 되어 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미국으로 보냈다. 아내도 지금 그곳에 가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 의원이 불쑥 꺼내 손가락질하면서 경멸한다는 어투로 몰았다. 그것이 국법을 어긴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조기 유학 금지법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는 합법적으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