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선 세이전트코리아 사장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업간 상품 경쟁과 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고객을 위한 타깃 마케팅과 맞춤형 상품 개발, 고객 확보와 유지를 통한 기업의 매출과 이익 향상을 위한 통합 솔루션으로 고객관계관리(CRM)가 크게 각광받고 있다.
CRM은 기업의 프로세스 중 가장 상위의 프로세스고 그 근간은 바로 데이터 흐름이다. 기업기간시스템의 통합인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 고객 접점에 있는 콜센터, 웹서버에서 발생하는 고객 행동 데이터, 그리고 또 고객의 신용에 대한 서드파티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 소스에서 발생하는 대규모의 데이터를 모두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넘쳐나는 데이터를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다. 기업이 꼭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찾아내서 필요한 정보로 변환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기업 나름대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 ‘어떤 데이터를 어디에서 추출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고 하는 데이터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CRM의 기초는 데이터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시점과 장소에 정확하게 존재해야만 정보로서의 가치가 인정된다. 원활한 데이터의 흐름이 뒷받침되지 않는 CRM은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전사적인 CRM 구축의 전 단계로 데이터웨어하우스나 데이터 마트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신문이나 IT 전문잡지에서 ‘OO기업, CRM 구축 완료’라는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기사를 보면 단지 구축 프로젝트가 끝난 것을 의미하고 있다. 또 어떤 기사에는 구체적인 구축 효과까지 언급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CRM 프로젝트를 끝내고 곧바로 그 성과를 알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신규 CRM에 기대하는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 실제 구축을 끝내고 1년 정도 운용했을 때에도 계속 자신있는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CRM은 기업의 정신이다. IT를 도입하는 것 역시 최종 고객만족을 위해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큰 화두이던 IT는 ERP일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ERP와 같은 구축 방법과 경험으로 동일하게 CRM 프로젝트에 접근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ERP는 정해진 비즈니스 규칙 또는 규정을 그 구축 대상으로 하는 반면 CRM은 고객, 즉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구매심리 변화 또는 사회적 통념 변화, 경기불황 등 살아있는 대상을 상대로 종합적인 고객관리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CRM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유명 CRM 벤더의 CRM 패키지를 도입하든 자체 개발한 솔루션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솔루션이든 해당 고객의 모든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솔루션은 없기 때문이다. 변경이 용이한 개방형 솔루션을 기반으로 해 구축 당시 또는 프로젝트 완료 시 설정한 CRM 구축 목적 및 효과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수정 및 보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효과는 결국 고객만족에 의한 기업의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를 위해 CRM을 구축하는 방법론 또한 수정돼야 한다. 즉 전략 수립, 구축, 구축 완료라는 통상적인 단계에서가 아니라 전략수립, 구축 및 실행, 평가, 조정·보완, 재실행, 전략수정, 조정·보완 등 보다 세분화돼야 한다. ‘구축 완료’라는 단어는 CRM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CRM 구축예산에 대한 적절한 배정과 구축 후 계속적인 투자, 그리고 최고 경영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수적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CRM의 근본인 데이터의 획득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과 계속적인 도입 효과에 대한 평가 및 보완이야말로 CRM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