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PC업체 중국행 러시

 대만 PC업체들이 값싼 임금 등을 찾아 생산시설을 중국 본토로 속속 이전하고 있다.

 대만은 현재 세계 컴퓨터시장에서 막대한 역할을 수행, 세계 노트북PC의 53%와 데스크톱PC의 25%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노트북PC의 41%와 데스크톱PC의 38%가 최대시장인 미국시장에서 출하되고 있다. 스캐너, 모니터, 키보드 등 컴퓨터 주변기기의 경우 이들 노트북PC, 데스크톱PC보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다.

 대만 PC업체들이 잇달아 중국행에 나서는 이유는 컴팩, HP, 게이트웨이, 델 등 수요처인 이들 세계적 PC업체들이 살인적인 저가 경쟁을 벌이면서 대만 PC메이커들에 PC의 원가를 낮추라고 강력히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만의 경기 악화와 용지 부족도 대만업체들의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경기가 상승세이고 무엇보다도 임금이 싸다. 땅이 넓고 공업용수도 풍부하며 근로자의 교육도가 점차 향상돼가는 등 공장 운영에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컴팔을 비롯해 퍼스트인터내셔널,아리마 등 대만의 메이저 PC메이커들이 잇달아 중국에 둥지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2위 노트북PC메이커인 컴팔은 올해 생산 시설의 15%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내년에는 50%를 이전한다. 또 오는 2004년까지는 완전히 이전할 계획이다.

 이미 주변기기업체들의 중국 이전은 상당부분 진척됐다.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의 93%를 차지한 대만 스캐너의 80%가 ‘메이드인차이나’였다. 또 세계 시장의 54%를 차지한 대만 모니터의 경우 45%가 중국에서 생산됐으며 세계 시장의 39%를 기록한 디스크드라이브도 이중 절반인 50%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대만 PC업체들은 “미국 기업이 원하는 것은 가장 싼 제품이다. 그들은 어디서 제품이 생산됐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쓴다”고 밝히고 있는데 대만의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인텔리전스센터는 지난해 대만 데스크톱PC중 25%는 중국에서 생산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만 기업의 중국 러시가 중국 본토에 첨단 기술 수출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대만 정부와의 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대만 정부는 자국 업체가 중국에서 노트북PC와 반도체를 완전히 조립 생산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팔, 아리마, 퍼스트인터내셔널 등은 상하이 근처에 노트북PC 공장을 개설하면서 완제품 대신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한 대만 업체 관계자는 “이미 일부 업체가 중국에서 완제품 노트북PC를 생산하고 있다”며 “대만 정부가 조만간 본토에서 노트북PC와 6인치 웨이퍼 실리콘 생산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