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국내 게임산업의 경우

◆모인 문화산업부장

 세계 게임시장은 지금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로 온통 난리다. 소니·마이크로소프트·닌텐도 등 이른바 세계 게임업계 3강이 플레이스테이션(PS)2와 X박스·게임큐브 등을 앞세워 각기 시장 평정을 도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같은 움직임으로 볼 때 세계 비디오게임기 시장은 이들에 의해 황금 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비디오게임기 시장은 해마다 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케이드게임시장 다음으로 크다. 규모로는 138억달러에 이른다. 오는 2003년께면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시장은 그동안 소니와 닌텐도가 거의 독식하다시피해 왔다.

 소니와 닌텐도가 이처럼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데는 미야모토 시게루와 마루야마 시게오란 걸출한 인물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닌텐도는 지난 80년 이전만 해도 화투나 트럼프를 제조하는 초라한 회사에 불과했다. 그런 회사가 ‘패미컴’이라는 비디오게임기를 만들어 일약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미야모토의 놀라운 사업구상 덕분이었다. 당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패키지로 판매되던 게임기에 소프트웨어만 추가 구입하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기에 대한 콘셉트을 바꿔 놓은 것이 바로 그다.

 이같은 발상 전환은 그대로 들어 맞았다. 그리고 그가 프로듀싱한 ‘동키콩’‘슈퍼마리오 브러더즈’ ‘젤다의 전설’ 등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소니가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마루야마란 인물이 소니뮤직에 입사한 계기로 이뤄졌다. 그는 와세다 대학을 나와 주로 음악일을 맡아 왔고 당시 인기를 모으던 ‘패미컴’을 선물로 받은 뒤 게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니가 처음 게임업계에 입문한 것은 닌텐도와의 SW개발 협력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닌텐도가 일방적으로 협력 취소를 결정하자 직접 게임기 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로 비롯된 작품이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

 이 제품은 당시 닌텐도 일색이었던 게임시장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지각변동을 가져오게 된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가 아니면 영웅이 시대를 낳는가. 이같은 질문은 어찌보면 아주 진부한 명제 같지만 분명 산업계에도 영웅과 시대는 있기 마련이다. 일본에 미야모토와 마루야마가 있었다면 작금의 한국 게임업계의 인물은 누구인가.

 여러 사람을 꼽을 수 있겠으나 그 중 한사람은 단연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다. 그는 ‘리니지’라는 작품 하나로 온라인 게임업계를 단숨에 제패했으며 업계에서는 드물게 부와 명성을 함께 거머쥔 기린아다. 당분간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온라인 게임산업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2003년께면 비디오게임기시장을 버금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 놀라운 것은 성장률이다. 업계는 세계 온라인 게임시장이 연 평균 50%이상의 성장률을 거둘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각국의 게임업체들의 움직임도 온라인게임 사업쪽으로 급속히 내달리는 모습이고 앞서 달리고 있는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들을 경계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김택진이라는 인물이 기린아로 머물러서는 안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지금 우리업계는 선진국들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 게임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온라인게임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안심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게임산업의 선진화와 고도화를 위해 그가 이젠 자신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말고 더 큰 그림을 위해 산업계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리딩 컴퍼니의 수장으로서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기린아라는 딱지를 떼고 산업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비록 비디오게임기산업은 내주었을 망정 온라인게임산업 만큼은 우리가 평정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