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시장이 이만큼이라도 커진 게 다 누구 덕인데 이제 와서 특허료를 내라니 말이나 됩니까.”
지난달 31일 한 업체 회의실에 모여 앉은 MP3업계 사장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M사가 최근 경쟁업체인 MP3개발업체들에 대해 특허료를 받겠다며 일차로 판매금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MP3가 보편화된 기술이므로 특허권 주장은 터무니없고 특히 M사가 요구하는 매출의 3%는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국업체와 대기업에는 특허료 지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서 중소업체에만 타격을 주려 한다는 점에 대해 업체들은 공분하고 있다.
이에 대해 M사는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출시한 업체로서 경쟁업체 수를 대폭 줄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적어도 특허료를 내고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업체만 남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밑바탕에는 특허권 협상 과정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여 사업자금을 손쉽게 확보하겠다는 것도 깔려 있다.
현재 업체들은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 법률적 맞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싸움이다. 앞으로 지리한 법적공방이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 어느 누가 봐도 소모전일 따름이다. 양측의 이같은 대립이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MP3산업을 제대로 일구는 데 진정 도움이 될까.
MP3는 단지 반짝 아이디어 상품이 아니다. MP3는 단순히 특정 음악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에 머물지 않는다. 소니가 워크맨으로 일으킨 모바일 전자산업의 혁명을 계승하며 차세대 휴대용 전자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산업의 깃발이자 상징적인 문화코드인 것이다. MP3는 향후 세계 전자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 확실하다.
이제 21세기 전자산업은 디지털가전으로 확실히 키를 돌렸다. 기술우위 확보와 시장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일분 일초가 아까운 시점이다.
MP3업계는 내 회사 하나가 돈을 얼마 벌고 안 벌고를 떠나 대승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산업이 있고 시장이 있어야 기업도 있는 것이라는 점을, 더구나 디지털 시대에는 ‘타임 투 마켓’을 놓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MP3업계가 소모전을 줄일 수 있는 상생의 길을 하루빨리 모색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생활전자부·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