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사이버 스쿨 설립 시급하다

 

 인터넷의 일반화로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는 요즘의 아이들은 공부 이외에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성취하고자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흥미를 잃기 쉽다.

 하루 종일 힙합 춤을 추는 아이는 백댄서가 꿈이다. 밤새 오토바이를 타고온 아이는 장래 일본에 가서 모터사이클 경주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루 종일 친구의 머리를 만져 주는 게 일인 아이는 미용실을 운영하고 싶어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온통 규제만이 존재하는 학교는 숨이 막혀 버리는 공간일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 줄 수 있는 학교의 설립이 시급하다. 수백개의 전공이 가능한 학교를 설립해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정규 고등학교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학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이버 스쿨이 이래서 필요하다.

 사이버 스쿨은 오프라인의 실습이 가능한 현업 사업자와 연계된 사이버 고등학교다. 미용실을 운영하고 싶은 아이는 사이버 미용 고등학교에 등록해서 모발학·피부과학·색채학·화학 등을 공부하고 산학으로 연계된 미용학원에 가서 실습을 함으로써 기능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사이버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는 문예 창작·미술학·프로그래밍 이론 등을 사이버로 수강하고 애니메이션 학원에서 실습 훈련을 받도록 할 수 있다. 사이버 골프 고등학교, 사이버 만화 고등학교, 사이버 태권도 고등학교, 사이버 힙합 고등학교 등 수요가 있는 학교를 사이버로는 수월하게 설립할 수가 있다.

 이러한 사이버 스쿨을 민간에서 자유로이 설립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정규 학교로 인정해 줌으로써 차후 관련 전공의 대학 진학에서 동일계 전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산업적으로도 콘텐츠 산업 부흥의 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필수 과목만을 규정하고 모든 교육과정은 학교 설립자가 결정하도록 하며 시장 기능에 맞긴 자율 정화 체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들에서는 사이버 스쿨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전자 상거래를 통한 해외 무역업 회사는 외국에 있는 회사들과 함께 e커머스 고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 회사도 사이버 콘텐츠 고등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사이버 스쿨은 배움이 있는 곳에 경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미래형 학교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복수개의 학교에 등록하여 하나 이상의 자기 전공을 만들 수도 있고 해외에 있는 학교에서 수강할 수도 있다. 많은 교육 문제와 인력 공급 구조 왜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이버 스쿨의 설립이 시급하다. 이제 배움은 시공을 초월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송재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jssong@ker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