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부처들이 제각기 수행해 오던 조달업무를 단일 전자상거래 창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기획예산처의 발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원칙론상 진보적인 것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미 외국의 선진 기업체들이 전산투자를 통해 엄청난 경비를 절감해 왔지만 각 나라 정부부문의 전자상거래는 기업체만큼 활기를 띠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 조직이 작지 않고 중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과정을 공개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획예산처는 그러한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다른 부처와 협의한 후 이번 계획을 내놓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계획을 추진하면서 함께 해결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현재 정부 조달물자는 10조원을 웃돌 정도로 물량규모가 크다. 그 가운데 조달청과 정부부처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조달하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들은 대부분 단순 물자거나 소모성 자재에 한정돼 있다.
물량규모가 크고 중요한 물자는 아직도 전통적인 조달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종국적으로 핵심물자를 완전 전자상거래로 조달하는 것이니만큼 예상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정부부문이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앞장서면 공공기관·정부투자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전자상거래 규모도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기업 거래 관행을 투명화해 선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자동적으로 정보기술(IT) 투자가 늘어나고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기업체들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정부부문과 기업부문의 경쟁력 강화는 곧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조치가 조만간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를 서둘러야 하겠다.
기획예산처가 밝힌 국가 전자조달체계 구축 전략 수립을 비롯한 G2B 콘텐츠와 전자서식 표준화, 업무 프로세스 혁신 등은 그런 점에서 기대가 크다.
또 조달업무를 강제화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은 시급하다. 강제화는 다소 부작용이 따른다 하더라도 조기에 활성화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다만 각 부처가 처한 특수한 상황은 최소한의 예외를 두는 것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
전산시스템을 하루빨리 완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미 전자성거래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비한 정부부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자정부는 우리가 정보사회에서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이루어내면 낼수록 좋다는 인식을 공무원 스스로 가져야 한다. 비록 일부지만 전통적인 조달방법에 따르는 기득권만 생각하고 전자정부 구현에 반발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현명치 못한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