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인증규칙개정 제고를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전기용품의 안전인증시험 결과를 인정하는 대상을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로 한정하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라 아니할 수 없다.

 전기용품 안전인증시험 결과를 인정(계약체결)하는 지정시험기관제도는 국제적으로 그 자격을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로 규정하는 국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종전까지 그렇게 하지 않다가 이번에 새삼스럽게 시행규칙을 바꿔가면서 그렇게 하려 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가 이를 강행하면 그동안 이러한 업무를 수행해 오던 영리법인이나 기관에는 날벼락일 수도 있다. 멀쩡하게 사업을 해오던 IT제품 시험기관들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이 일제히 나서 관계당국을 비롯, 청와대에까지 건의문을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정보통신진흥협회나 전파진흥협회 등도 그들과 같은 입장이어서 파문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

 산업자원부는 이번에 규칙개정이 꼭 필요했다 하더라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일을 처리했어야 옳았다.

 무엇보다도 전기용품에 대한 안전인증을 부여할 수 있는 대상을 종전까지는 제한하지 않던 것을 이번에 규칙 개정을 통해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로 한정하려면 그것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인증을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에 한정할 경우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인증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또 영리법인이나 단체의 난립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이 그것을 수행한다고 해서 꼭 공정한 업무수행과 같은 장점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특히 그같은 취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면 문제다.

 우선 인증주체를 제한하는 것은 제품이나 산업,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전기용품에 대한 인증은 다양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신속하게 대응하

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수출에 있어서도 인증을 받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 경쟁업체보다 제품 출시시기에서 뒤져 마케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안전인증을 받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안전인증기관이 영리냐 비영리냐는 아니다.

 또 비영리 기관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제규격에 맞춘 안전인증업체를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할 경우 오히려 신속하게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인증기간이 단축되고 비용도 절감될 것이다.

 결국 인증업무를 제한할 경우 신속하게 인증을 받는 데 걸림돌만 될 공산이 크다. 인증기관은 시장의 기능에 맡겨두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다행히 정부가 이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오는 16일까지 의견을 듣고 그것을 반영할 신축적인 자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관련단체들이나 업계의 의견을 다시한번 듣고 난 다음 개정안을 처리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