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경영정보학과 안준모 교수 joonan@kkucc.konkuk.ac.kr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그 성공 요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인도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교육기관, 대학, 공공기관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이번 연구 방문의 결론은 인도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인도 소프트웨어산업을 성공으로 이끌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혁신적 핵심인력 중심의 정책이었다는 점이다.
혁신이론에 의하면 국가나 기업의 혁신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요인이 서로 상승효과를 발휘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는 비전 있는 리더십, 분명하고 단순한 목표의 설정과 추진,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소수의 혁신적 그룹이다. 우리의 경우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대한 비전있는 리더십이나, 분명한 목표 설정에 있어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아쉬운 점은 소수 핵심 그룹, 즉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수가 누구냐에 대한 합의, 이를 위한 지원정책 및 보상, 이들이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형성에 있어서 보다 분명하고 확고한 리더십과 실행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한 인도가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한 비전을 설정한 시점은 86년도다. 이 시점에서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발돋움할지에 대하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을 달리했다고 한다. 인도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 즉 열악한 정보통신 인프라, 빈약한 해외 기업 및 경제 시스템과의 협력 경험, 열악한 자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이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었다.
이같은 저해요인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인도의 핵심인력 중심의 차별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인도 주요 대학에서 배출된 고급 인력,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보통신 업계의 스타 군단, 인도 유수 대학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한 특유의 커리큘럼, 해외 유수 기업 연구소 및 개발 기지화를 통한 우수인력의 국제적 역량 취득 등이 인도 핵심인력의 역량을 공고히 함으로써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차별화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들의 역할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리더십이 주요한 촉매 작용을 하였음은 분명하다.
이번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 벤치마킹을 통해 혁신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소수 그룹을 결성하고 이들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기존 조직의 재구성이나 리엔지니어링으로는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인도의 경우 기본 학문에 충실한 소수의 유수한 대학 출신들을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신하도록 유도하여 이들이 기업을 창업하고 국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여타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개선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소수의 역량있는 그룹을 대상으로 한 혁신적 인력 양성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고등 교육기관의 설립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은 혁신 시스템의 도입과 기존 교육 시스템이 조화를 이룰 때에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기 위한 비전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존 대학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차원에서보다는 역량 있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혁신적 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교육기관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또한 이렇게 양성된 인력이 세계적 역량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에 역량 있는 인력은 산업 현장에서 재교육되고 변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2005년 10억달러 수출 세계 7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양질의 인력, 정부의 혁신적 리더십과 더불어 이를 주도하고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 핵심인력 그룹을 양성하고 이를 주축으로 성공 사례를 하루 빨리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생태 시스템을 개조하거나 개선하는 차원에서의 혁신시스템은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혁신 이론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인도의 성공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