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7>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 병원에서 간병을 받고 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내가 돌아오기 전부터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수행 비서실장이 귀띔을 해주었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소?”
“저도 지금 알았습니다. 평양에서 체류하고 있는 동안 사모님이 찾는 전화가 온 일은 있지만, 그 말씀은 안 하셔서 몰랐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갔다. 어머니가 입원하고 있는 응급환자실에는 아내와 함께 간병하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 돌아가실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당신한테 전화를 했지만,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억지로 불러들일 수가 없어서 기다렸어요. 어머님은 의식을 잃고 계시지만, 다행히 버티셨어요.”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내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녀들 사이에 평생동안 깊게 파인 고부 갈등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더구나 어머니의 임종을 눈앞에 두고 고부간의 갈등을 생각하면 무슨 소용인가. 한때는 아내를 원망하기도 했고, 더러는 어머니를 원망했지만, 지내놓고 생각하면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나의 운명일지 모른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실 것이니까 져달라고 아내에게 말한 일도 있지만, 그런 말이 나온 지 삼십여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는 같이 늙어갔다. 역시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다.
내가 어머니가 누워있는 침상에 다가앉자 어머니의 몸이 꿈틀했다. 의식을 잃은 것은 확실했고, 눈을 뜨지도 못했다. 나는 어머니를 조용히 불렀다. 다시 불렀다. 그래도 어머니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고, 눈을 뜨지 못했다. 그렇게 한동안 조용히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의 눈이 떠졌다.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놀라서 어머니하고 불렀다. 놀랐다는 것은 좀 이상한 말이다. 반가워서 불렀던 것이다. 그 다음 순간 어머니는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 시선이 나를 알아본 것같기도 하고, 아니면 거의 본능적인 근육 작용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온 것을 의식했든지, 아니면 무의식 상태에서도 알았던 것이다.
아내가 울었다.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는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 천수를 다하고 돌아가신 것이다. 나는 전혀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불효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서 병간을 받으면서 돌아가실 것이라는 각오를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만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