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마련한 ‘IT 업무 조정안’이 공교롭게도 확정되기도 전에 외부로 유출되면서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협의과정에 있는 내용이 여과없이 흘러 나왔다며 펄쩍 뛰고 있다. 문화부의 일부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조정안이 나오자 이를 가차없이 언론에 뿌린 것”이라고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업무조정은커녕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와중에 정통부는 지난 11일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05년까지 5년동안 6124억여원을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에 투자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통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를 두자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언뜻보면 상당히 완성된 내용같지만 사실은 목소리만 담겨 있는 것 같다는 게 산업계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정통부가 왜 이같은 시안을 서둘러 발표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산업계는 문화부를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의 디지털 콘텐츠를 관장하는 자리를 정통부가 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정통부의 계획대로라면 문화부·교육인적자원부 등 그동안 나름대로 각 분야별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육성해온 정부 부처들은 일개 콘텐츠 공급자(CP)로 전락하고 만다.
특히 정통부는 디지털 콘텐츠를 인터넷 콘텐츠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물론 철저히 계산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인터넷 망을 통해 배급되는 콘텐츠로만 간주하면서 오프라인 콘텐츠나 아날로그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는 불과 1∼2년전 인터넷 비즈니스 붐이 일면서 벤처기업과 일부 대기업들이 기존 오프라인 산업을 ‘굴뚝산업’으로 격하하면서 온라인 비즈니스만을 추구해 자멸한 것과 일맥 상통한다.
정통부가 진정으로 IT분야의 업무 조정을 희망했다면 이번 디지털 콘텐츠 육성 계획 발표는 업무 조정 뒤로 시기를 미뤘어야 했다.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면 갓끈 매는 것도 삼가라 하지 않던가. 정통부가 때 아니게 찜찜한 소리를 듣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문화산업부·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