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680)벤처기업

마지막 승부<8>

 

 아내는 타성에 젖어서 우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속을 썩이던 시어머니가 드디어 세상을 떠나서 이제 홀가분한 나머지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에게 아직도 어머니에 대한 그녀의 한이 가시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내는 한때 두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서 살았다. 아이들이 유학을 가서 공부하는 동안 줄곧 미국 생활을 했다. 그때 미국 시민권을 가지려는 것을 그렇게 되면 나의 정치 활동에 지장이 있을 듯해서 못하게 했다. 그러자 아내는 자기와 이혼하자고 하였다. 그것도 나의 정치 활동에 지장을 준다고 하자 그녀는 별거에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수년간 별거를 하였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사회 활동을 하자, 홀로 되어 늙어가는 아내도 외로웠는지 서울로 돌아와서 함께 살았다.

 아내가 이중 국적을 가지려는 것을 막고 이혼하자는 것도 막았는데, 그것이 과연 나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였을까. 그때 나는 그런 핑계를 댄 일이 있지만, 실제 아내에 대한 정이 단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내가 총각 때 얼마나 사랑했던 여자였던가. 그녀를 보려고 은행 창구로 가서 돈을 나눠서 저금하던 일이 어제 같은데, 어떻게 그녀를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고부의 갈등과 생활관의 차이로 해서 이질감을 느끼고 한이 맺힐 정도로 갈등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는 내가 사랑했던 여자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여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출가를 해서 사회활동을 하던 아들과 딸이 할머니의 타계 소식을 듣고 왔다. 아들은 대학에 공학교수로 나가고 있고, 딸은 시집을 가서 백화점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다.

 장례를 치른 다음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나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말했다.

 “소문을 들어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차기 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다. 그렇게 알고 너희들 처신을 잘 해주기 바란다. 너희들에게 선거운동을 해달라는 말은 안 하겠다. 그러나 내 아들 딸이라는 점은 항상 명심하기 바란다.”

 “아버지, 소문에는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하던데요. 소문과 아버지의 생각이 다른 것입니까?”

 아들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는 평소에 내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