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번호표시(콜러ID)단말기 생산업체 연합체인 발신자정보표시산업협회(회장 이병철, 이하 CID협회)가 오도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져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간담회 이후 보름이 넘는 동안 한국통신과의 공동활로 방안이 조율되지 않았을 뿐더러 간담회를 주선했던 이상희 의원의 상임위원장직 사퇴로 정치적 해결 또한 거의 물 건너간 상황에 이르고만 것.
간담회에서 이상희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이 문제 상정을 공식 거론했고 한국통신 이상철 사장과 CID협회측의 만남도 조만간 주선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 두 가지 사안의 실현을 위한 움직임은 어느 쪽에서도 감지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통신은 간담회 이후 전화가입자가 서비스 신청 후에도 일정 기간 내에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이용료를 최대 3개월까지 감면해주는 방안과 상호표시, 단문메시징 등 문자서비스 계획을 함께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콜러ID업체들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콜러ID업체 사장은 “한국통신이 근본 문제를 도외시한 채 미봉책으로 콜러ID업체들의 요구를 호도하고 있다”며 못마땅한 감정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CID협회는 무조건 강수를 몰아붙이기에 부담감을 많이 안고 있다. 통신서비스사업자와 영원히 등을 돌릴 경우 설령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원만한 사업전개가 불가능하고 또 당장 부도직전에 있는 여러 업체들을 추스려 일을 도모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를 동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CID협회 회장은 17일 “연쇄도산을 가만히 앉아서 맞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업체들의 자구안을 모아 최대한 공동보조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CID협회는 이번주중 총회를 열고 정부와 한국통신을 각각 대상으로 한 행정소원과 손배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