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시장이 전국시대에 돌입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시벨이 독주하고 있는 이 시장에 독일 SAP, 미국 오라클·피플소프트 등 기업용 업무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공세가 시작돼 시장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CRM은 정보기술(IT)에 의해 생산성 혁명을 끌어내는 유망제품으로 이 시장쟁탈전이 조만간 하이테크 기업 패권 경쟁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RM은 거래처 및 고객의 특성과 구매이력을 기록해 사내에서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다. 고도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성장속도가 빠르다. 미국 하이테크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00년 소프트웨어 매출은 전년대비 80% 신장한 68억달러에 달했다. 올들어 기업의 정보화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속에서도 2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는 전문업체인 시벨이 20% 전후의 점유율로 서서히 점유율을 올려왔다. 2위 이하는 대부분 수%에 불과한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99년 이후 피플, 오라클, SAP 등 대형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잇달아 참여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들은 최근에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라클은 올들어 ‘90일에 도입할 수 있는 CRM’을 출시하는 등 이미 시벨에 대한 강력한 공세에 나섰다.
99년에 CRM분야 2위 였던 반티브를 매수해 시장에 참여한 피플은 최근 자사의 주력제품인 ERP와 연계할 수 있도록 전면 개선한 신제품을 투입, 공세를 시작했다. 피플의 ERP와 CRM은 브라우저를 탑재한 PC만 있으면 네트워크를 경유해 조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따로 PC설정을 할 필요가 없이 본사나 주요거점의 서버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사적인 도입 작업을 마칠 수 있다. 피플소프트의 CEO 크레이그 콘웨이는 “이 제품이면 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며 자신감에 차있다.
ERP 최대기업인 SAP는 지난 14일 미국에서 개최된 고객이벤트에서 금년들어 전년비 50%가 넘는 페이스로 CRM소프트웨어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여름에는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인데 시벨과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피플과 SAP를 의식한 시벨 관계자는 “매년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것은 당사”라고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ERP를 이용한 대기업 공세 등 강력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공세에서 수위확보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