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기산업협회장 한춘기회장
지난해 3조4000억원 규모를 보인 게임 산업은 디지털 콘텐츠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 역시 2000년 기준 2억달러에 이르는 등 첨단 고부가가치의 고성장 미래 산업이다.
이처럼 외형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장밋빛 비전을 갖고 있지만 업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 업계는 고사 직전의 상태에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기 침체 탓도 있겠지만 내수 시장의 기반인 컴퓨터 게임장(일명 전자오락실)의 80% 정도가 휴·폐업 상태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답답한 마음에 아케이드 게임 업계의 6개 협회가 모여서 원인과 현황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마련해 정부·국회 등을 다니면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 △게임산업 인프라 구축 △신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금융·세제 분야에서 정부의 지원 확대 △법과 제도의 완화 등을 들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업계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 일변도의 법과 제도를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만든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게법) 개정안은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그 예로 게임물에 대한 심의위원회제도(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음비게법에 영화, 비디오 및 게임물에 대한 사전 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신제품을 개발하여 심사위원회에 신청하면 50%가 부적격 판단을 받았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로 인하여 업계는 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를 놓치고 신제품 개발과 투자 의욕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게임 선진국이랄 수 있는 일본·미국·유럽 등에서는 규제가 거의 없고 업계 내부의 자정과 시장원리에 맡겨놓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게임물에 대한 사전 심사는 없다. 다만 불법행위를 했을 경우 행위자를 처벌하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현행 음비게법의 사전심사제도인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의 게임물에 대한 심의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 사전 규제 폐지는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활성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규제 폐지가 시기상조라고 본다면 대폭완화 쪽으로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 대안으로 완전등급제도를 채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게임물을 청소년용과 성인용 등 2가지로 등급만 분류하는 제도다. 실제로 경쟁대상국인 미국·일본·대만 등에서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타 경쟁국과 같이 업계가 신제품을 개발하여 신고하고 제품을 출시하면 나머지는 시장기능과 여타 법률로 사후관리를 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국내게임산업이 발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소비자를 위한 경품의 종류를 제한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어떤 종류의 것은 되고 나머지는 안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것은 안되고 나머지는 된다는 식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또한 경품금액의 한도도 대폭 확대돼야 한다. 백화점 등에서는 자동차 심지어 주택까지도 경품을 확대하는데 게임 업계는 그 규모가 아주 미약하다. 사행 행위로 간주할 수 없는 한도까지 확대해야 한다.
아케이드 게임의 네트워크화를 가로막는 조항도 문제다. PC나 온라인 게임에서는 게임의 결과에 따른 점수를 게이머 상호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유독 게임장용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그 점수를 주고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항이다.
마지막으로 관광호텔이나 유원지에서 게임업을 하는 경우와 일반 게임장과의 차별성을 유지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달말 문화관광부가 음비게법 시행령과 경품 취급 기준안 등을 마련해 공청회를 갖는다니 일단은 기대를 해보겠지만 업계의 기대치에는 훨씬 못미칠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게임기산업협회 한춘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