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업계의 출혈경쟁

가뜩이나 수익모델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터넷업계가 최근들어 매출확대를 위한 동종업체간 출혈 가격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동종업체간 제살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해당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큰 걸림돌이다. 특히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만드는 이같은 출혈경쟁은 업체들이 서로 노력해 근절해야 할 병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종업체간 출혈경쟁은 인터넷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국내외 시장여건이 나빠져 경기가 침체되면 출혈경쟁은 더 기승을 부리는 형국이다. 출혈경쟁이 계속되면 당장은 해당업체의 매출신장에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나 시일이 지나면 그것이 부메랑이 돼 자신도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된다는 점에서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는다.

 인터넷업계의 매출확대만을 위한 출혈경쟁은 그동안 쇼핑몰사이트 등 일부 업체에서 제한적으로 성행했으나 지금은 인프라·콘텐츠·솔루션·컨설팅 등 각 분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출혈경쟁이 가장 심한 분야는 인터넷쇼핑몰인데 인터넷서점의 경우 정가에 50% 할인해 주는 곳도 있다니 그래 가지고 어떻게 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고객들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소모성자재나 의류·자동차 분야 등도 하루가 멀다하고 저가경신 상품을 내놓고 가격경쟁을 벌인다니 이러다간 저가경쟁의 종착점이 어딘지 알 수 없다.

 인터넷업계의 출혈경쟁은 결국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 재도약하려는 건실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업계의 활력조차 침체시킬 수 있다.

 더구나 시장지배력이 큰 업체가 출혈경쟁을 주도할 경우 나머지 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가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고객들의 신뢰 또한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지배력을 높이려 하기보다는 최고의 품질과 기존 업체와 차별화한 수익모델 개발과 완벽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이 아닌 임시방편의 얕은 전략만으로 갈수록 시들해져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닷컴열풍을 재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업계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 아래 저가전략보다는 품질과 첨단기술로 승부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 업체간 출혈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협회나 단체 등에서 협의회 같은 기구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업계가 이런 자정노력을 게을리하면 시장질서는 더욱 혼탁해지고 기업 경영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술과 품질·서비스 위주의 공정경쟁을 통해 제값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시장확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