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동안 반도체 메모리,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근래에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으로 세계적인 정보 인프라를 갖추었으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종주국으로서의 자신감, 그리고 정보기술(IT) 창업 붐 조성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IT 생산기지로서의 입지 확보와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이고 계속적으로 뒷받침하려면 우수한 고급 IT 전문인력의 양성은 필연적이다.
국가 및 기업의 핵심 경쟁원천이 물적자원에서 지식의 생산 및 활용주체인 인적자원으로 이동하고 있고 기술변화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술 자체보다 인적자원의 역량 및 학습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학습은 번영의 열쇠며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는 21세기 지식기반의 글로벌 경제에서 성공의 기초’라는 판단 외에도 기업 시설투자의 10% 증액이 생산성을 3.6% 향상시킨 반면, 교육훈련 투자의 10% 증액이 생산성 8.4% 증가를 가져온다는 미국의 실증적 조사는 지식·정보 위주의 신산업 구도에서 고급인력 개발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IT분야는 ‘한 사람이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어느 분야보다도 심화되고 있어 세계 각국이 인재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미국 및 독일은 IT기술자 취업 촉진을 위하여 비자발급 제한을 풀고 있고 중국은 고급인력에 대하여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등 고급인력 유치에 전력하고 있어 매킨지사의 라자 굽타 회장은 21세기를 ‘인재확보를 위한 전쟁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대만은 신주과학공업단지를 육성하면서 국가차원에서 해외우수인력을 유치하였으며 싱가포르는 자국을 국제적 ‘교육의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아래 세계 유수 대학을 유치하고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분야를 선도할 IT전문인력은 2005년까지 연간 3만명씩 14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전문인력양성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수요와 공급간의 격차가 큰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특히 정보사회에서 IT분야의 승패는 정보시스템·통신시스템 등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미디어 및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분야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인적자원의 개발에 실패하면 그 영향이 수십년에 걸쳐 나타날 것이므로 인적자원 개발을 위하여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절박한 인식아래 인력자원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먼저 지금까지 공급자 주도의 인력양성 시스템에서 사회요구가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 시장변화를 실시간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교육·연구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준화기조의 인력지원 정책을 경쟁력 위주 정책으로 전환해 경쟁력이 있는 부분을 선택하고 우선적으로 집중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실제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는 글로벌화를 추진함으로써 대학과 개인에게 경쟁을 촉진하여 고급 인력양성의 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근래에 벤처기업의 활성화 등으로 대학을 졸업한 고급인력이 바로 산업현장으로 달려감에 따라 고급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대학원 과정에 우수인력의 유입이 해마다 줄어들어 대학원마다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므로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해외에서 우수한 대학졸업자를 국내 대학원에 유치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국내에서 외국인 교육이 국내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일 것 같아 보이지만 자국으로 돌아가는 졸업생은 우리가 그 나라에 시장진출을 할 때나 국제표준화 활동 등에서 우군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에 남게 되는 졸업생은 그들이 배양한 우수한 능력을 우리나라를 위하여 사용할 것이므로 인력부족과 시장확장의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해외인력을 국내로 유도하는 전략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소극적인 방법부터 우리대학을 세계수준으로 올리는 방법까지 다양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규모를 확장하려면 대학원 교육이 영어로 이뤄져야 효과적일 것이므로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문기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교수 mkchoi@i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