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기술 `뜀박질`

 기존의 반도체 공정기술이 물리적인 한계를 눈앞에 맞은 가운데 최근들어 이 분야에서 집중적인 기술돌파가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과 이달들어 선보인 새 반도체 기술 중 굵직한 것만 손꼽아 보아도 미국의 업계 및 학계 컨소시엄인 EUV인더스트리컨소시엄이 선보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기술, IBM·인텔·온세미컨덕터 등이 각각 선보인 실리콘 게르마늄 트랜지스터, 심플렉스·도시바가 공동 개발한 대각 회로 배치 기술, 샌타바버라대 회전전자(spintronic)팀이 발견한 전자의 회전력을 이용한 반도체 등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 올해 발표된 기술들은 향후 2∼3년내 상용화되면 반도체의 성능을 적게는 몇배에서 많게는 수십배씩 끌어올릴 것으로 보여 ‘트랜지스터의 성능은 18개월마다 두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도 수명이 더 연장될 수 있을 전망이다.

 EUV컨소시엄이 지난 5월초 선보인 EUV 리소그래피 장비 프로토타입은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0.07미크론까지 줄일 수 있도록해 기존 반도체보다 10배 이상 빠른 칩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EUV 장비는 기존 장비가 가시광선과 렌즈를 이용한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극자외선과 렌즈 대신 허블망원경에 적용했던 기술을 응용한 일련의 초정밀 거울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EUV컨소시엄측은 이 장비가 앞으로 0.007미크론 회로까지 가능케 돼 오는 2006년까지는 10㎓ 프로세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온세미컨덕터에 이어 이달 IBM과 인텔이 각각 선보인 실리콘 게르마늄 트랜지스터 설계는 지금까지 칩이 일반적으로 실리콘 또는 비실리콘 물질인 갈륨 아세니아드를 사용해오던 것과는 달리 실리콘 게르마늄이라는 신물질을 사용해 전력소비를 줄이고 성능은 비약적으로 높였다.

 IBM의 실리콘 게르마늄 트랜지스터의 경우 속도가 210㎓까지 가능하며 전력소비는 50% 줄이면서도 성능은 8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이 트랜지스터를 네트워킹 회로에 적용할 경우 80∼100㎓의 작동속도가 가능하고 인터넷 백본에 적용하면 초당 50∼100기가비트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초 심플렉스솔루션스와 일본의 도시바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등과 같은 장비업체들의 후원을 받아 칩의 성능과 수율을 높여주고 전력소모는 줄일 수 있는 칩 설계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수백만개에 이르는 마이크로칩의 트랜지스터와 극소 스위치 등을 그동안 직각의 격자 형태로 배치했던 것에서 탈피해 대각선상에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트랜지스터와 수위치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접점의 수를 줄여 성능과 수율은 각각 10%와 30% 개선시키고 전력소모는 20%까지 감소시켰다.

 같은달 미국 샌타바버라대 데이비드 오샬롬이 이끄는 회전전자팀은 전자의 자성을 띤 회전력을 제어해 반도체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 팀은 갈륨 아세니아드와 징크셀레늄 등 2개의 반도체 물질을 쌍으로 만들고 두 물질 사이에 전자를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화씨 -45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전기장이 전자의 회전력을 500∼4000%까지 향상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전자의 흐름 대신 이같은 회전력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면 적은 에너지로도 대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등장한 다양한 신기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정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앞으로 또 한번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