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왕건’을 보다 보면 기억나는 인물들은 왕건·궁예·견훤·아자개 등이다. 드라마를 자주 본 사람이라도 그속에 나오는 몇몇 장수들의 이름을 더 기억할 뿐이다.
드라마 왕건에는 무수히 많은 병사와 백성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드라마속에서 혹은 역사속에서 주역이 아니라 엑스트라일 뿐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언제나 주역들의 칼날에 쓰러지는 이른바 민초들이다.
정보통신분야에서도 민초들은 있다.
잘나가는 벤처기업 대표들이 외부에 경영을 잘하는 CEO로 알려지는 동안 이들은 기술개발을 위해, 영업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밤늦은 시간에도 회사에서 혹은 술집에서 자신이 몸담은 기업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
벤처기업이 유망정보통신중소기업으로, 어떤 때는 우수중소기업으로 뽑히고 코스닥에서 상한가를 칠 때, 또는 벤처기업 대표가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을 때도 이들은 묵묵히 일을 해왔다. 지난 70년대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랬듯이 21세기에도 우리 역시 회사내 하나의 조직원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민초들은 과로에 지쳐, 삶에 지쳐 가끔 쓰러지기도 한다. 주역이 아닌 엑스트라로.
정보통신분야는 그간 IMF라는 환란을 뚫고 나오는 데 큰 힘을 발휘했다. 지난 4년여간 숨가쁘게 뜀박질을 하면서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정보통신부문이 우리 경제의 주역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벤처기업이 경제활동의 주역으로 등장한 현단계에서 할 일이 있다. 벤처기업을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벤처기업가가 유능해서가 아니라 벤처기업 직원들이 유능하고 부지런해서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도록 직원들을 벤처의 주역으로 인정해야 한다. CEO가 보지 않는 곳에서도 회사의 성장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는 벤처기업 직원들이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유능한 CEO보다는 그 밑에서 유능한 조직원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회사가 생동력있는 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성공한 기업가 밑에는 성공을 돕는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있음을 알아주는 기업문화, 21세기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다.
<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