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세관이 포장이나 상품 라벨링 불량 등을 이유로 우리의 수출주력제품인 TV·전자레인지·컴퓨터용 모니터를 대거 압류조치함에 따라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 급증하고 있는 미국 세관의 압류조치가 대미 수출은 물론이고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시장을 위축시킬 것 같아 걱정이다.
올들어 미국 세관이 압류한 한국산 전기·전자제품은 총 301건이라고 무역협회는 밝히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의 압류건수가 지난해 상반기(196건)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식품류·해산물·의약품·화장품 등을 포함시키면 미 세관에 압류된 수출품이 무려 732건이나 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수출품에 대한 압류사유다.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전자파 발생장치에 관한 규정에 따른 라벨링 표시 미비와 포장불량 등이 압류사유라니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혹시 한국제품에 대한 미국 세관의 공세가 전방위적인 통상압력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미국 세관이 모든 수입품에 FDA의 연방 식품의약 및 화장품법을 적용하고, 전자파 발생과 관련된 각종 사항과 해당 수치를 수출제품 포장 및 라벨에 표기토록 의무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TV·컴퓨터용 모니터·전자레인지 등 우리의 수출주력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종합상사, 삼성·LG·대우 등 대형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들어 미국 세관의 압류건수가 늘어난 것을 통상압력의 본격화로 풀이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도높게 추진되리란 것을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슈퍼301조 및 스페셜301조에 따른 무역보복 예비대상국으로 선정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실제로 USTR가 슈퍼301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미국상품에 대한 부당한 무역장벽을 제거하지 않을 경우 무역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로버트 죌릭 USTR대표는 “협상을 통해 미국 입맛에 맞게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상품에 보복관세 부과 및 수입제한 등의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전자제품뿐 아니라 반도체 수출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현대전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으며 최근의 반도체 경기하락이 새로운 반덤핑 제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 모든 것이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무역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음을 예고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특히 수출유관기관의 경우 미국 FDA의 전자파 규제 관련 현지규정을 정확히 파악하는 등 해외정보 입수 및 주변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강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전방위 통상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수출감소는 물론이고 국제 교역시장에서 외톨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