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정보공유와 경쟁력

◆정용섭 사장 (데이타게이트인터내셔널)

 

 얼마 전 신문지상을 통해 국내 지식경영담당임원(CKO)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86.7%의 기업이 조직원의 역량증진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식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식경영 인지도 지수’가 지난 99년의 72. 6%에서 올해에는 81.7%로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63.3%의 기업이 지식경영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기업들이 지식경영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도 매출액 대비 0.75%로 98년의 0.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국내에 지식경영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발간되었던 부즈앨런의 ‘한국 보고서’였던 것 같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우리와 선진국과의 차이를 바로 지식의 격차로 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그 이후 지식경영은 한때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이를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우리가 체감하기에는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지식경영 정착도는 매우 낮으며 효과도 미미하다.

 “정보는 나눌수록 그 가치가 커지고 공유된 지식은 새로운 지식을 산출한다”는 명제를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기업이 이를 실천하고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지식경영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시작된 ‘지식공유’ 문화는 동양의 ‘도제문화’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자신이 평생 습득한 지식을 수제자에게만 전수하는 동양식 도제문화에서 다중과의 정보공유인 지식경영이 성공적으로 접목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양의 인간존중 문화는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조직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를 지식경영과 결합시키는 시도와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지식경영하면 정보기술 인프라 구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시스템 구축은 지식경영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주요한 수단일뿐 그 자체가 지식경영의 완성은 아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구성원들의 인식부족과 활용도가 떨어져 시스템 자체가 사장되는 예를 주위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지식경영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발전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경영이 정착될 수 있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지식경영을 위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경영자는 물론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지식경영에 맞는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의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하면 나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지식을 충전해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다.

 또 조직구조·업무 프로세스·인재육성·평가·보상 등 기업활동의 모든 분야가 변하지 않으면 지식경영에 맞는 조직문화가 형성될 수 없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새로운 지식이 활발히 창출되고 또한 창출된 지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 및 절차의 확립이 필요하다.

 일례로 조직원의 지식경영에 공헌도를 평가해 보상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존의 조직 풍토 속에서는 지식의 공유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고를 심어주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식 제공에 따른 보상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과 함께 이것을 업무에 활발히 이용하는 개인이나 팀도 보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IBM·마이크로소프트·휴렛패커드 등 지식경영에 성공한 세계의 유수기업의 사례를 보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기업문화’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심지어 그 비중을 90% 이상으로 보는 회사도 있다. 그만큼 지식경영에 있어 ‘기업문화’는 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문화는 국가·지역·조직별로 차별성을 갖는다. 따라서 해당 조직의 역사·조직·구성원 등 여러 요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거기에 맞는 방법과 시스템을 적용해야만 지식경영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가 그동안 많이 목격해 왔듯이 경영이론이나 시스템을 도입하고 중도에 흐지부지하고 마는 우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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