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체질 개선 당분간 어려울 듯

 통신장비와 정보가전 시장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업계 관계자들의 희망과는 달리 4년을 주기로 호·불황이 반복되는 반도체 사이클이 당분간 정상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PC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급등락 현상을 겪어온 반도체 시장이 통신장비와 정보가전 등의 신규 수요로 인해 체질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으나 각 분야의 동시 침체, 투자규모의 증가, 복잡해진 수요예측, 파운드리 업체의 증가 등으로 조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업계가 향후 반도체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최대 수요처인 PC산업의 비중이 지난 2년간 60%에서 40%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하나의 시장이 하강기에 들어가면 또 다른 시장이 상승기로 접어들어 반도체 수요를 꾸준히 유지해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PC시장은 물론 다른 칩 시장이 동시에 하강기에 들어가 오히려 사이클의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팹(fab)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기간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도 반도체 사이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팹 건설에는 약 2년의 기간과 2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다.

 반도체산업협회(SIA)의 더그 안드레이는 “팹 건설에는 2년의 소요기간이 필요하며 투자가 반도체 사이클의 최고점에서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수요를 보다 정확히 추정하고 생산계획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급망 기술의 발전도 반도체 시장의 체질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이 명확한 관점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설익은 통신이나 정보가전 시장까지 고려의 대상이 됐기 때문에 수요예측은 이전보다 더욱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파운드리 업체들이 컴퓨터와 전자업체들로부터의 아웃소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대적인 설비확장에 나서고 있어 칩 업체들의 감산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0년대 중반 전세계 칩 생산량의 6% 점유에 그쳤던 파운드리 업체의 비중이 현재 20%까지 늘어났다고 전했다.

 IC인사이트의 빌 매클린은 “파운드리 업체들이 팹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다른 칩 업체들이 감산하더라도 전체적인 총량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반도체 사이클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적어도 몇 년간은 반도체 산업은 고질적인 반도체 사이클의 포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결론지었다.

 <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