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장난감 가운데 요요라는 것이 있다. 동그란 원형모습에 끈을 매단 것인데 이 끈을 감아 손가락에 끼우고 늘어 뜨리면 내려갔던 요요가 빠르게 위로 올라온다. 식이요법에 의한 다이어트로 한 때 체중이 감량됐다가 원래의 체중으로 급속하게 복귀하거나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이 요요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요요현상이라고 부른다.
개그우먼 ‘이영자 파동’이 말해주듯 최근 우리 사회에서 다이어트는 열풍이 아니라 광풍 수준에 가깝다. 도대체 ‘살이 뭐길래’ 멀쩡한 여성들이 밥을 굶고 온갖 식이요법을 다 동원한다. 돈도 돈이지만 여기에 기울이는 자칭 비만인들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다. 심지어 다이어트에 열중하다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한다.
사실 평균치 이상의 체중을 가진 사람들은 불편하다. 불어난 체중을 견디지 못해 관절에 무리가 온다. 운동이라도 할라치면 금세 숨이 가쁘다. 체지방이 많다보니 고혈압·당뇨 등 각종 성인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날씬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요요현상이라는 단어가 설명하듯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곧바로 엣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환경변화에 대응,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고, 그래서 다이어트로 급격하게 체중이 줄어들 경우 이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다.
요요현상은 우리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발견된다. IMF 구제금융 당시 나라 전체가 구조조정 몸살을 앓았다. 위기의식이 워낙 강했던 탓인지 군살을 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살을 도려내는 수준의 몸집 줄이기가 감행됐고, 그 결과 수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한국경제의 ‘다이어트’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정부와 기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과 1∼2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요현상은 정확히 찾아왔다. IMF 당시 1만명이 넘는 종업원을 감원한 한 기업은 직원수가 예전 수준보다 오히려 늘어났고 최근 하반기 불황이 예상된다며 다시 한번 인원감축에 나설 태세다. 거의 해체 직전까지 갔던 재벌들은 IMF 이전보다 계열사가 더욱 많아졌다. 문어발 확장 습성도 못버려 돈이 되든 말든 싹수가 보이는 사업영역에 대해서는 아예 싹쓸이 전략을 구사, 중소·벤처기업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다. 기업뿐이겠는가. IMF와 함께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며 과감한 부처 통폐합과 공무원 퇴출을 단행했지만 요요현상 탓인지 지금은 정부 조직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기업과 정부의 요요현상이 더욱 나쁜 것은 우리 몸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지만 ‘조직’은 한 발 더 나아가 자기 증식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나 창업 기회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나라에서 사람과 사업영역을 툭하면 떼었다 붙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의 책임자나 기업 CEO들이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개인보다 못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는가.
<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