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하고 수풀이 울창하게 우거져 전방 시계가 3m도 확보되지 않는 정글에서 한 병사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갑자기 정글의 침묵을 깨는 경고음이 그의 손목시계에서 울려나오자 헬멧에 부착된 가리개가 내려오고 생체신호를 모니터하는 군복이 그에게 해독물질을 투여해준다. 손목시계에 부착된 센서가 화학무기의 출현을 감지한 것.
이 병사는 손목시계 센서뿐 아니라 각종 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그의 군복은 신체 온도를 정교하게 조절해줄 수 있어 정글에서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도록 해주며 헬멧에 장착된 귀덮개와 얼마전에 삼킨 음식에 들어있던 생체표시기는 본부 요원이 그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해 시계 제로인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이같은 상황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미 육군의 SBCCOM(Soldier and Biological Chemical COMmand)은 미국내 16개 대학을 비롯해 응용과학자들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를 발표, 바이오기술이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했던 첨단 장비를 조만간 실현시켜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향후 25년 동안 바이오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예상하고 이를 통해 육군이 도움을 받기 위해 수행됐다.
메릴랜드에 위치한 SBCCOM의 과학고문인 제임스 발데스는 “육군은 5년 전부터 생명기술의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산학연구소와 협력을 시작해왔다”고 말했다.
연구내용 중에는 유전자공학에 의해 상하지 않고 추가 영양분을 제공해주는 음식에서부터 상처를 탐지하고 치료해 혈액의 손실과 감염을 막아주는 군복, 거의 90파운드나 되는 군장의 무게를 줄여줄 수 있는 물질 등이 포함됐다. 또 전장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에 전력을 주기위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물질이 코팅된 헬멧, 식물은 물론 음식포장이나 헌옷을 사용해 연료를 만드는 시스템, 위성추적과 오폭에 의한 피해방지를 위해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투여할 수 있는 생체표시기 등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1㎠ 크기의 센서를 개발한 퍼듀대학의 연구원인 래시드 배셔는 “대부분 5∼10년 내에 가능할 것”이며 “이미 많은 것들의 가능성이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개발한 센서는 공기중에 떠다니는 입자를 분석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연구소로 전장에서 화학적 위험을 탐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