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MS 끼워팔기 제동 걸리나

 [iBiztoday.com = 본지 특약]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com)가 과연 운용체계(OS)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등에 업고 윈도에 소프트웨어를 끼워 파는 번들 판매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

 이같은 의문이 미 항소법원의 판결 이후 요즘 세계 소프트웨어업계의 최대 관심거리다.

 미 연방 항소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웹 브라우저를 끼워 판매함으로써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이 법원은 ‘끼워팔기 하지마라’는 1심 판결에 대해 잘못된 법 기준을 적용해 내려졌다며 새 판사가 엄격한 기준에 입각해 새로이 검토하도록 명령했다.

 문제의 판매방식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인 차세대 운용체계 윈도 XP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반독점 문제 전문가들은 항소법원의 판결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한 미 법무부와 19개 주 정부가 컴퓨터 운용체계 시장에 대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 소프트웨어를 번들링으로 끼워 판매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관행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이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세가지 중 하나다. 하나는 번들링에 대해 대법원에 항소하는 방법과 다른 하나는 하급심 재판에서 공방을 다시 벌이는 방법,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법정 밖에서 화해하는 방법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화해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양보안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법정 공방이 재연될 공산도 적지않다.

 프리커서그룹의 빌 화이맨 분석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법원의 시정조치와 화해 협상에 미온적일 경우 법무부가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정부는 이 화해 협상이 결렬되면 번들링을 다시 문제삼아 법정에서 더 강력한 제재조치를 이끌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분할명령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번들링에 대한 유죄 판결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 분할 명령은 토머스 펜필드 잭슨 미 연방지법 판사가 내렸으나 이미 항소심에서 파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다이넬 루빈펠드 전 법무부 반독점국 경제 고문은 “번들링을 문제삼지 않고서도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항소법원 판결로 이 분할 명령은 이제 물 건너 갔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윈도를 함께 판매하는 것 자체가 독점금지법 위반이란 사실을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불공정 행위를 통해 윈도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사실은 항소법원이 이미 인정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한 법무부와 주 사법당국은 앞으로 예상되는 화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고 재판 과정에서 더 강력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유리한 처지다. 게다가 항소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대표적인 예로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소프트웨어 코드를 연계시킨 사실을 꼽았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가 윈도와 익스플로러를 묶어 파는 행위의 불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재판을 다시 벌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항소법원은 종전보다 엄격한 법 기준을 새로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워팔기로 얻는 이익보다 불공정 행위에 따른 폐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입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같은 조건이라면 자사가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짐 쿨리넌 마이크로소프트 대변인은 “항소법원이 이 문제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 기준으로 우리의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이 공정 질서를 해친다는 사실을 정부가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믿는다”고 강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한 19개 주 법무장관 가운데 한 사람인 리처드 블루멘털 코네티컷주 법무장관은 이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그는 “우리는 항소법원이 새로 마련한 기준 아래에서도 여전히 불법적인 번들링이 행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역설했다.

  <마이클최기자 michael@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