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사회에 계급이 존재하듯 산업도 기술 수준에 따라 계급이 있다. 그러나 사회와 달리 산업에서 계급의 높고 낮음은 자본력, 즉 부의 창출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이테크 산업이 아니더라도 시장 가능성만 있다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가능하다.
RF전문기업인 기가알에프(대표 조보형 http://www.gigarf.com)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무선 LAN용 양방향 앰프를 개발한 기가알에프는 하이테크보다는 하이밸류를 지향한다.
무선 LAN용 양방향 앰프를 선택하게 된 배경도 대기업이 하기에는 규모가 작고 그다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라는 게 조보형 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조 사장의 겸손과는 달리 이 회사가 개발한 무선 LAN 양방향 앰프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업체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양방향 앰프는 무선 LAN 액세스포인트와 안테나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개발돼 이미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며 YDI, 텔레트로닉스 등 몇몇 미국 업체가 개발한 제품에 비해 가격도 절반 가량 저렴하다.
무선 디지털코덱 장비는 유선 디지털코덱 장비기술에 무선 LAN을 결합, 코덱에서 송신소까지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장비다.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양방향 통신을 실현했고 과거 아날로그 무선영상전송장비의 치명적인 한계였던 전파 간섭과 취약한 보안성 문제를 해결했다. 기가알에프는 오는 8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국제보안장비 전시회(ISC EXPO)에 무선 디지털 코덱장비를 출품할 예정이다.
기가알에프는 현재 MPEG1 레벨(640×480)인 무선 디지털코덱 장비를 MPEG2 수준까지 반 듀플렉스 스위칭방식으로 구현, 산업용뿐만 아니라 인터넷방송 등으로 응용분야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또 궁극적으로는 양방향 디지털TV 방송이 일반화되는 시점을 목표로 완전 듀플렉스 방식의 양방향 디지털마이크로웨이브 중계장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기가알에프는 지난 2월 설립된 새내기 벤처다. 직원수도 조 사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핵심 기술 외에 필요한 기술은 용역을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철저히 가치 위주로 무장한 기가알에프가 바라보는 시장은 국내가 아니다. 미국·동남아·중국·유럽 등 세계 시장을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이 벤처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니인터뷰/조보형 사장
“향후에는 소규모 인터넷방송국도 우리 장비를 이용해 실내외에서 자유롭게 영상을 전송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조보형 사장(41)이 무선 디지털 코덱 장비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남미로 이민해 살았던 당시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 조 사장은 남미에서 지역별로 소규모 영세 방송국이 무선으로 영상데이터를 송신소까지 전송하는 수요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국내 무선통신기술 수준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조 사장의 의지를 뒷받침했다.
조 사장은 산업용 보안감시기기로 개발한 무선 디지털코덱 장비가 머지않아 디지털방송산업을 대중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