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TSMC와 UMC의 최근 6개월 매출이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윈본드 등 D램 업체들의 매출도 큰 부진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 등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외신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생산 조정이 장기화하면서 수요가 급감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이에 따라 미국 의존도가 높은 대만 반도체 산업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또 올 하반기에도 수요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 반도체를 주력 산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만 경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4∼6월 매출액이 1∼3월에 비해 33% 감소한 263억대만달러(약 9700억원)로 하락했다고 9일 발표했다.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10∼12월의 539억대만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반년 사이 50%나 감소한 것이다.
이 회사는 또 영업이익은 15억∼16억대만달러로 1∼3월에 비해 80%나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히고, 공장 가동률의 저하와 기술고도화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는 4∼6월 매출액이 1∼3월에 비해 36% 감소한 150억대만달러에 머물렀으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 7∼9월에는 실적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본경제신문은 미국 통신기기 관련 제조업체의 재고 조정이 장기화 하고 있어 이들 대만 파운드리 업체의 수주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들 두 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40% 정도까지 떨어진 상태이며 양사 모두 200㎜(8인치) 웨이퍼 공장 증설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윈본드를 비롯 D램 업체들의 6월 매출이 판매가 하락으로 크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윈본드는 6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억3000만대만달러보다 60%나 감소한 17억대만달러에 그쳤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상반기 매출은 132억6000만대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38% 줄어들었다.
모셀바이텔릭은 10일 공시를 통해 6월 매출이 전년 동기의 27억6000만대만달러의 3분의 1도 안 되는 6억759만대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144억대만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61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난야테크놀로지도 6월 매출이 전년동기 13억6000만대만달러의 절반 수준인 6억1106만대만달러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상반기 매출은 59억9000만대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57억9000만대만달러를 약간 웃돌았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악화함에 따라 대만 정부 산하의 연구기관인 공업기술연구소는 올해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의 생산액이 2000년 대비 12% 감소한 6162억대만달러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한편 일본경제신문은 반도체 산업 성장에 급제동이 걸림에 따라 대만 경기도 더욱 악화하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1∼3월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과거 26년간 최저인 1.06%에 머물렀고,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4∼6월 성장률에 대해 ‘1%만 돼도 괜찮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고 있어 4.02%로 잡은 연간 성장률 목표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